연초 “상저하고” 외치지만… 맞은 건 10년새 코로나때뿐

안중현 기자 2023. 11.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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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특히 예상과 정반대 ‘상고하저’ 양상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뉴시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올해 1월 6일 2289.97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1일 코스피가 1% 올라 2300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지난해 말 여의도 증권가에선 올해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上高下低·상반기엔 저조, 하반기엔 고조)의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올 상반기 급등했던 코스피는 최근 급격히 식었다.

상반기 이차전지 ‘광풍’에 힘입어 코스피는 상승세를 탔고, 8월 1일 2667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에다 이차전지 고점 논란 등이 겹치며 서서히 하락했다. 10월 들어선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하기도 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졌다. 글로벌 전기차 업황이 둔화하면서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것도 지수에 부담을 줬다.

그래픽=이지원

◇올해도 상저하고 실패?

매년 연말·연초면 여의도 증권가에선 상저하고를 외친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인 것은 드물다. 2014년 이후 올해 10월까지 최근 10년간 상반기(1~6월)에 코스피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가 하반기(7~12월)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이 유일하다. 되레 상반기 코스피가 플러스(+)였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경우가 더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변수에 많이 흔들리는 국내 증시의 특성상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좋지 않지만 언젠가는 막연히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매년 나오는 상저하고 전망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 코스피는 14.7%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지난달까지 11.2% 내리면서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은 기간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11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제시한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 하단을 2200~2260으로 예상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무리한 긴축 가능성이 옅어지기 시작했다”면서도 “패닉 셀링(panic selling·투매)에 단기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 반등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한국 증시는 수출 증가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경험에 근거해서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반등한 게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이지원

◇내년 코스피 전망은?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 전망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런데 갈수록 코스피 예상 범위 하단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보고서를 낸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를 각각 2300~2780, 2300~2800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 보고서를 낸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코스피 예상 범위로 2200~2800, 2200~2700을 제시했고, 1일 보고서를 낸 한국투자증권도 2200~2650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말까지 상대적으로 탄탄하게 유지됐던 내년 이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통상 연말로 갈수록 내년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증시에는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국내 증시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은 향후 글로벌 정치, 외교,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양극화된 정치지형 등으로 인해 경제와 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올 초 증권가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고하저 증시를 전망해 화제가 됐던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내년엔 미국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서 통화 정책도 완화될 여지가 있다”면서 “경기가 하강하겠지만, 급격한 하락은 아닐 것이라 판단해 내년 코스피가 올해 전고점(2667) 정도는 가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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