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포노사피엔스와 미래 박물관
얼마 전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전문인력 연수과정에서 '포노사피엔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물관에서 웬 포노사피엔스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오늘날은 박물관도 디지털전환과 스마트폰의 진화를 피해갈 수 없다. 박물관은 미술, 문화,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유산과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하는 상설 문화공간이다. 인류역사와 문화, 기술의 궤적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박물관 운영을 위해서는 방문객, 관람객이 있어야만 한다. 찾지 않는 박물관은 존재가치가 없고 관람하지 않는 전시물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박물관에 오고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근대 초창기, 산업시대, 그리고 디지털전환기의 박물관은 각각 전시, 운영, 관람방식이 다르다. 전시 및 관람방식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했다, 초창기에는 유물전시 중심이고 주로 눈으로 보는 박물관이었다. 이후 교육기능이 강조되면서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바뀌고 학교 밖 교육과 체험을 하는 교육문화 공간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단지 만지고 체험하는 곳을 넘어 전시물과 관람객의 인터랙션(interaction)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전환과 맞물려 이뤄지고 있으며 전시와 운영 전반에 디지털 기반의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다. 여기서 관람객과 전시물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디지털도구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기술이 전시물을 만나면 더 생동감 있는 감흥을 줄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디지털전환기의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한 도구다.
2018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세계 2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다.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95%,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는 5%였는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90%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2위가 88%인 이스라엘, 3위가 87%인 네덜란드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례 조사를 봐도 2021년 국내 스마트폰 보유율은 93%에 달했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스마트폰은 우리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순간이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한없이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친숙한 도구다. 스마트폰에는 나의 모든 데이터와 족적이 담기고 스마트폰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는 오래전 광고카피는 더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다. 디지털사회에서 스마트폰으로 만날 수 없는 세상은 거의 없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늘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사용하는 호모사피엔스가 포노사피엔스다. 박물관 관람객도 포노사피엔스다. 그들은 박물관 위치와 교통편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QR코드로 전시물의 안내정보를 읽고 멋진 전시물은 사진을 찍어 바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관람객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많이 올린 전시가 성공한 전시다. 또한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손안의 스마트폰에 구현된 메타버스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사람이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 장소로 이동해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가만히 집에 있고 앱이나 온라인에 접속하거나 주문하면 제품과 서비스가 이동한다. 첨단 디지털도구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만 있으면 집이 영화관, 전시장, 박물관이 될 수 있다. 디지털기술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준다. 스마트폰을 생각하지 않고는 미래 박물관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스마트폰은 박물관과 관람객이 만나는 접점이자 인터페이스가 됐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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