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방에' 하반신 마비 쥐 걸었다…韓연구진 신소재 개발[영상]

김인한 기자 2023. 11. 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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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를 겪던 쥐가 주사 치료만으로 3일 만에 걷는 데 성공했다.

말랑말랑한 '하이드로젤' 안에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나노입자를 만들어 다리에 주사한 결과다.

신미경 박사는 "신경근 회복을 위해 재활 훈련이 요구되는 심각한 근육 손상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주사 가능한 전기 전도성 연조직 보형물을 만들었다"며 "근육과 말초신경뿐만 아니라 뇌,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 재생용 신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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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 개방 수술없이 주사만으로…손상된 근육·신경 재생 성공
하이드로젤과 금 결합한 '신소재'…보행 보조로봇과 연계 가능
하반신 마비로 다리를 끌던 쥐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사하자 한 발씩 걷는 모습. / 영상=기초과학연구원(IBS)


하반신 마비를 겪던 쥐가 주사 치료만으로 3일 만에 걷는 데 성공했다. 말랑말랑한 '하이드로젤' 안에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나노입자를 만들어 다리에 주사한 결과다. 국내 연구진의 세계적 연구성과로 향후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신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박사 연구팀은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사용 조직 보형물'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같은 연구단 손동희·진수빈·최희원 박사가 공동 수행했다.

근육이나 신경 손상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근육에 만성적 문제나 하반신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초기 재활 치료가 중요하고 장기적으론 근육의 정상적 회복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부를 여는 개방 수술로 인공물을 이식했다. 기존 인공물은 손상 부위가 좁거나 깊은 부위에는 적용이 어렵고, 대부분 딱딱해 부드러운 조직에 이식할 수 없었다.

이에 IBS 연구팀은 생체 조직처럼 부드럽고 조직에 잘 접착되면서 전기신호를 잘 흘려보낼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피부 미용용 필러로 쓰이는 '히알루로산 소재'를 기반으로 인체 조직처럼 부드러운 하이드로젤 소재를 만들었다. 하이드로젤은 물과 젤리가 합쳐진 반고체 물질로, 코필러 성형 등에 쓰인다.


쥐를 활용한 동물실험. / 사진=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의 기계적 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가교결합' 기반 하이드로젤을 제조했다. 하이드로젤에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금 나노입자를 투입해 전기저항를 낮췄다. 특히 금 나노입자가 내부에 균일하게 형성되도록 설계했고, 하이드로젤을 늘리거나 줄여도 전도성(전기가 통하는 성질)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필러처럼 주사로 국소적 손상 부위에 하이드로젤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하고 쥐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이드로젤 보형물이 조직 손상 부위를 채워 건강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보형물이 조직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데도 성공했다.

경골전방 근육이 심하게 손상된 쥐는 보형물을 주사하고 말초신경을 일부 회복했다. 손상 부위에 하이드로젤 기반 보형물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재생됐다. 또 보형물에 전기 자극을 줬을 때 발생하는 근전도 신호를 계측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도성 하이드로젤의 조직 간 신호 전달 효과를 이용하면, 로봇 보조를 통한 소동물의 보행 재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조직이 손상돼 걷지 못하던 실험 쥐는 3일 만에 로봇 보조를 통한 정상 보행이 가능했다.

신미경 박사는 "신경근 회복을 위해 재활 훈련이 요구되는 심각한 근육 손상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주사 가능한 전기 전도성 연조직 보형물을 만들었다"며 "근육과 말초신경뿐만 아니라 뇌,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 재생용 신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손상 조직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사해 회복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최소 침습적인 재활 시술로 활용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이드로젤(보라색)을 쥐의 몸속에 주입하자 하반신 마비를 겪던 쥐가 다시 걷는 데 성공했다. / 사진=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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