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만난 사람] 12. 강원특별자치도 세종사무소 시군협력관
권혁상 소장 등 19명 근무 ‘올해 10년차’
도, 규모·운영기간 등 선진사례 꼽혀
세종청사서 시·군 업무조율 가교역할
국비 확보시기 장거리 이동 불사 강행군
최장근무자 김윤성 사무관 ‘남다른 인맥’
“공무원이 공무원 상대하는 독특한 조직”
청사 출입 사전등록·현장 수행 담당
축적된 인맥·정보 최대 활용 상호협력
산적한 지역 현안·국가 지원사업 ‘결실’
도, 세종협력관 5급 일괄 파격 상향조정
정부세종청사 인근 세종시 지방자치회관. 강원특별자치도 서울본부 소속 시군협력관이 근무하는 세종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정부 부처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지난 2013년 3월부터 세종연락사무소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올해가 세종사무소 설치 10년째를 맞이하는 해이다.
세종사무소는 현재 권혁상 소장을 비롯 화천 이외에 17개시군에서 각 1명씩 모두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대다수가 세종사무소를 설치했지만 규모나 운영기간면에서 강원특별자치도가 가장 선진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종사무소의 주업무는 중앙부처가 모여있는 세종청사를 출입하며 시군별 업무조율과 행정정보를 파악, 소속 자치단체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이른바 ‘세종협력관’이라 부른다. 춘천 기준 승용차로 3시간여가 소요되는 원거리에 소재한 정부 부처와 시군 업무협의를 조율하고 면담일정을 잡는 중재자가 그들의 주요 업무이다.
요즘처럼 국비 확보시기에는 세종청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오고다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 예고돼 있다.
영월군 세종협력관 김윤성 사무관은 2016년 10월부터 세종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군 세종협력관 중 최장근무자이다. 그 만큼 중앙부처 인맥이 남다르다. 기자가 세종사무소를 방문한 날에도 그는 영월군 드론사업 업무협의차 세종을 방문한 군 실무자와 정부 관련부처와의 미팅을 주선하느냐 분주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김 사무관은 집을 떠나 장기근무하고 있는 세종사무소의 매력에 대해 “공무원이 공무원을 상대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흔치 않은 행정조직”이라며 “중앙부처의 모든 부서를 넘나들며 고위공직자부터 신입직원까지 다양한 인맥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시군에서 기획한 사업을 정부 부처와 매칭할 수 있도록 조율해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며 “고향과 떨어져 생활하지만 공직자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긍지가 크다”고 했다.
세종사무소 3년차 유병오 양구군 세종협력관도 세종 근무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 발령 첫해에는 세종에서 양구까지 4시간 가량 걸리다 보니 한달에 한번정도 집에 다녀올 정도로 생활적인 불편이 크고 주로 공직 후배와 상대해야 하는 부담으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업무에 적응해 나가면서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고 전문성을 지닌 공직자를 상대하며 행정업무의 ‘길’을 꿰뚫는 ‘시야가 넓어졌다’는게 유 사무관의 자평이다.
유 사무관은 “세종사무소는 국비 예산확보를 위한 전진기지”라며 “정부 부처와 국회의원실 등을 상대로 발품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국비 확보여부가 판가름난다”고 말했다.
정선군 협력관 조형식 사무관은 세종에서 두번째 근무다. 6급 당시 세종에서 근무하다 정선에 복귀한 뒤 5급 승진과 함께 다시 세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선군이 세종협력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임자로 조 사무관을 파견한 셈이다.조 사무관은 “보다 넓은 인맥과 사업구상을 원하는 젊은 공직자라면 세종 근무를 적극 추천한다”며 “시군 협력관간 협조도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협력관은 본인의 업무적 성장뿐만 아니라 해당 시군의 프로젝트사업을 실현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김진태 지사가 지난 9월 세종청사를 방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영월~삼척 고속도로 건설 등 관련현안을 논의하기 까지 사전에 국토부 관계자와 세종협력관의 업무조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군 역시 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부 부처를 방문할 경우에도 해당지역 세종협력관의 손이 미쳐야 가능하다. 마치 시간대별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저처럼 본인의 능력치를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
미팅시간과 장소는 물론 세종청사 출입을 위한 사전등록절차와 현장 수행도 그들의 몫이다. 예민한 지역현안이 다뤄지는 일정일 수록 꼼꼼한 스케줄 관리가 필수적이다.
세종협력관은 시군별 소속 자치단체가 다르지만 업무에서 만큼은 ‘상호협력’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본인들의 축적한 인맥과 정보를 개인이 아닌 공적영역으로 인식하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자는 의도다. 때로는 국가 공모사업시 시군간 경쟁관계에 놓이기도 하지만 공정한 정보제공을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장유진 횡성군 협력관은 “점점 더 세종협력관의 역할과 기능이 커지고 있는 걸 실감하고 있다”며 “타 광역시도 역시 강원도를 샘플삼아 파견인력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성미 원주시 협력관은 “하루일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며 “세종에서 근무경험이 남은 공직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은이 동해시 협력관은 “세종사무소는 생각 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애향심을 갖고 근무해야 한다”며 “동해시를 대표해서 나와 있는 만큼 지역발전을 위한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지역현안과 국가 지원 사업에 대한 해법이 하나둘씩 결실을 거두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그에 맞게 보답했다. 시군 마다 5~6급이 혼재된 세종협력관의 직급을 별도정원으로 편성, 5급으로 일괄 상향조정했다. 중앙부처 공직자와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는 5급 사무관급이 적정하다는 판단에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재 정부 세종청사에는 강원도 출신 공무원으로 구성된 ‘강우회’가 조직돼 있다. 정부 부처별로 애향심을 품고 모임을 갖고 있다. 또 강원도청에서 정부 부처로 파견된 공무원 20명은 ‘반비’라는 이름으로 업무교류와 친목을 다지고 있다.
이들 모임에도 세종협력관의 숨은 역할이 많다. 타향에서 생활하는 강원인들에게 고향의 소식을 전하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전파자로서 맹활약한다. 이런 고향사랑의 인맥들은 살기좋은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권혁상 세종사무소장은 “전국 시군별로 예산확보를 위해 전쟁을 방불케하는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며 “강원 세종협력관들은 오랜기간 축적된 인맥과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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