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생 청년은 어쩌다 전재산 5800만원을 잃었나

신재우 기자 2023. 11.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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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공제증서로는 공인중개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만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의 과실 정도에 따라 계약금의 일정 비율로 공제를 받는데, 그마저도 해당 부동산에서 피해를 입은 여러 세대가 최대 한도액인 1억 원을 나누는 식이었다. 물론 1억 원의 보상금마저도 다른 세대들이 이미 받아갔다면, 나에게 돌아올 몫은 없었다."

공제증서부터 전세사기피해확인서, 긴급생계지원금까지 조사하면 할수록 이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확인하면서, 두 번 다시 전세를 얻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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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세지옥'
[서울=뉴시스] 전세지옥(사진=세종서적 제공) 2023.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내가 받은 공제증서로는 공인중개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만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의 과실 정도에 따라 계약금의 일정 비율로 공제를 받는데, 그마저도 해당 부동산에서 피해를 입은 여러 세대가 최대 한도액인 1억 원을 나누는 식이었다. 물론 1억 원의 보상금마저도 다른 세대들이 이미 받아갔다면, 나에게 돌아올 몫은 없었다."

1991년생 평범한 파일럿 지망생 최지수는 하루아침에 전재산 5800만 원을 잃었다. 2020년 전세 사기를 당하고부터 820일간의 기록을 이 책 '전세지옥'(세종서적)에 담았다.

전 재산을 잃은 뒤 시청, 법원, 경찰서, HUG, 주거복지재단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돈을 되찾으려 했지만 이는 모두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공인중개사에게 같은 사기를 당한 세대가 이미 여럿이며 건물주 통장에는 단돈 1000원만 남아 있고 건물주의 남편은 다른 대출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적처럼 믿었던 1억 원 이내의 공제증서가 사실상 아무 쓸모 없는 이면지에 불과했다.

그래서 전세 제도의 허점을 파기 시작했다. 공제증서부터 전세사기피해확인서, 긴급생계지원금까지 조사하면 할수록 이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확인하면서, 두 번 다시 전세를 얻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저자는 책 전체에서 이런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건물주의 빚을 왜 피해자들이 대신 갚아야 하느냐고. 대학생, 신혼부부, 입사한 지 몇 년이 안 된 사회초년생들에게 몇천만 원은 그저 인생 공부한 셈 치고 잊어버릴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고.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전세’라고 검색하면 하루가 멀다고 전세 사기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전세 사기 범죄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부의 구제책과 특별법도 소용이 없다. 최근 수원에서 터진 전세 사기 범죄는 2023년 10월 16일을 기준으로 400명 넘는 피해자가 몰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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