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親트럼프 하원의장,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 놓고 전운

조준형 2023. 11. 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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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안보예산 패키지로 처리" vs 하원 공화 "이스라엘만 지원"
바이든, 거부권행사까지 시사하며 우크라 지원 예산 살리기 배수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근 새롭게 선출된 '친(親)트럼프' 성향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각각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지원을 놓고 양측 사이에 이견이 노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화당내 프리덤코커스를 중심으로 한 초강경파 의원 20여 명의 지지에 힘입어 취임한 존슨 하원의장 체제하에서 강경보수 성향이 더 뚜렷해진 하원 다수당(공화)과 백악관 사이의 '예고된' 갈등이 조기에 불거진 형국이다.

백악관은 이스라엘 지원 143억 달러(약 19조원)에 우크라이나 614억 달러(약 83조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및 파트너 지원, 국경 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천50억 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10월 20일 의회에 제출했다.

하원 공화당 내부와 여론에서 열기가 식어가는 대우크라이나 지원을 '핫이슈'이자 초당적 지지가 있는 대이스라엘 지원과 패키지로 묶어서 의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 백악관 방안의 골자이다.

그러나 존슨 의장을 정점으로 하는 하원 공화당은 30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덜어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143억 달러)만으로 짠 예산안을 내놓았다. 특히 이스라엘 지원 예산을 바이든 행정부가 '중대 성과'로 자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국세청 지원 예산에서 충당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10월 31일 공화당 예산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우리 국가 안보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국가안보를 가지고 정치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커비 조정관은 공화당의 방안이 우려스럽고, 미국 안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핵심적인 국가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예산안이 상·하원을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원 공화당의 방안은 백악관뿐 아니라 자기 당 상원의원들의 반발에도 봉착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국경 관련 4개 사안 모두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분리에 찬성하지 않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존재 등을 감안할 때 현 국면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악관도 이번 사안이 새 하원의장을 상대로 한 첫 번째 협상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달 중순 임시예산안의 시한이 도래하기 전에 2024 회계연도 예산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때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연방정부 일부 업무의 일시적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이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존슨 의장 측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에 대한 협상 결과가 하원 공화당을 더 강경하게 만듦으로써 다음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패키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논리를 적극 개진하고 있다.

커비 NSC 조정관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문제는 서로 얽혀있다"며 하마스나 러시아 모두 "이웃한 민주주의 국가를 멸절시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두 나라를 돕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였다.

마이크 존슨 신임 미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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