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KT, 잠수함 고영표가 NC 1~3번 요격해야 승리가 보인다
가을야구 바람은 변덕스럽다. 긴 호흡으로 치러내야 하는 정규 시즌과는 달리 단기전에선 예측 불허 승부가 자주 연출된다. 난세의 영웅이 열세인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드라마가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도 가을 무대다.
올 가을야구 돌풍 진원지는 4위 NC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단 한 번 패배도 없이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6경기를 모두 이겼다. 그 태풍에 3위 SSG에 이어 2위 KT도 벼랑 끝에 몰렸다.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두껍다고 평가받았기에 KT 연패는 뜻밖이다. 외국인 원투 펀치인 윌리엄 쿠에바스(33), 웨스 벤자민(30)이 NC의 날카로운 방망이에 무너졌다. KT는 3차전 선발투수인 고영표(32)의 어깨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고영표는 올 정규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78, 12승7패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6위, 다승은 5위였다. 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낼 때 기록되는 퀄리티 스타트(QS·Quality Start)가 21차례. 그래서 별명이 ‘고퀄스’다. 올 시즌 NC를 상대로는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55로 나쁘지 않았다.
고영표는 가을야구 경험이 올해 세 번째다. 2021년 한국시리즈에선 구원투수로 3경기에 나와 4와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로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해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선 2와 3분의 1이닝 4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지난달 3일 KIA전 도중 타구에 오른팔을 맞아 일찍 정규 시즌을 마쳤던 고영표는 쭉 치료에 전념했고, 지난 26일 자체 청백전을 통해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고영표가 자신의 가을야구 첫 승리와 함께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NC의 1~3번 트리오 손아섭(35)-박민우(30)-박건우(33)를 침묵시켜야 한다.
NC는 올해 다섯 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모두 선제점을 뽑았다. 정규 시즌 타격왕 손아섭, 타율 8위 박민우로 짜인 ‘테이블 세터’에 타율 7위, 출루율 4위 박건우의 예봉이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NC의 30대 베테랑 세 명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타율 0.384 18득점 3도루를 합작했다. 이들이 분위기를 잡자 하위 타선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고영표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했다. 박민우에게 13타수 9안타(0.692), 박건우에게 13타수 8안타(0.615), 손아섭에겐 11타수 4안타를 내줬다. 고영표는 “데이터가 안 좋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다른 공략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공교롭게 지난해 11월 2일 태어난 아들 첫 생일에 등판하는 고영표는 “나중에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호투를 다짐했다.
NC 3차전 선발 투수는 태너 털리(29). 11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2.92로 제 역할을 다했다. 포스트시즌에선 두산전 4이닝 7피안타 5실점, SSG전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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