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INSIGHT]출구전략 다각화가 스타트업 생태계 살린다
한국은 모태펀드로 대표되는 공공 자본이 다수 VC의 재정 기반 역할을 했다. 이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이 높은 국가 순위에서 이스라엘, 미국, 에스토니아, 캐나다, 핀란드에 이어 6위 국가로 성장하게 하는 데도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창업에서 주식 상장(IPO)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길고(평균 14.4년), 인수합병(M&A)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투자 회수가 어려워서다. 한국 투자 회수 시장은 타국에 비해서 매우 불균형적인 성장 패턴을 보인다. 국내 스타트업의 자금 회수 유형 및 비율은 회수 금액 기준으로 IPO가 97.7%, M&A가 2.3%를 차지한다. 미국이 IPO가 75.82%, M&A가 24.18%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편향된 엑시트 구조는 생태계를 위협한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기술 및 비즈니스 노하우는 사장되지 않고 선순환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VC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높여야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그래야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도 급변하고 있는 외부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스스로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해 혁신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포착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할 수 있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독일을 들 수 있다. 독일은 스타트업의 90%가 M&A를 통해서 출구전략을 찾는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 스타트업의 엑시트 건수는 감소했지만 실제 엑시트 규모는 증가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444건의 기업 인수가 이뤄졌다. 또한 독일 스타트업 엑시트의 90%가 트레이드 세일(펀드의 보유 지분 매각)을 포함한 인수였다. IPO를 통한 엑시트는 8% 미만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VC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본 요건이지만 IPO, M&A 등의 엑시트는 스타트업의 재정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당장 투자를 통해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의 수익은 전적으로 엑시트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VC 자금의 경우 보험,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의 자본을 통해 형성된다. 이런 펀드는 기간이 10년 또는 12년으로 제한돼 있고 보통 7∼10년 이내에 수익을 기대한다. 따라서 매력적인 엑시트 결과는 투자의 주요 동인이 되고 이를 잘 유지할수록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유발한다.
사실 IPO 건수와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비해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독일은 시장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의 혁신 개발이 지연되고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때 독일의 M&A 위주 엑시트 문화가 빛을 발하기도 한다. 소수 거대 유니콘 기업들이 IPO를 통해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기록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가, 투자자, 인수 기업들의 위험 분담과 기술 및 사업의 완성도 제고에 기여하는 M&A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창업에 대한 심리적, 재무적 진입 장벽을 낮추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받은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에 M&A는 도전 가능한 엑시트 방향이 된다. 자원의 선순환 측면에서 M&A 비율이 높은 독일의 엑시트 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78호(2023년 10월 1일자)에 실린 ‘엑시트 비율, 한국 2.3% vs. 독일 90%, 스타트업 생태계 살리는 장기적 활로 찾아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이은서 123팩토리 대표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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