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與 혁신의 시작과 끝은 尹 대통령
독선·불통·오만이 민심 이반 초래
2년 전 후보 시절 약속 되새기고
국민 마음 움직여야 반전 가능해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다.” 윤 대통령을 겪어 본 여권 인사 여럿이 하는 얘기다. ‘내 방식대로 하면 처음엔 어려워도 시간이 지나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는 생각이 확고하고, 판단을 굳히면 그대로 밀고 간다는 뜻이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을 9수 만에 통과하고 스타 검사, 검찰총장을 거쳐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며 이런 특성이 굳어졌을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의 쇄신 논의가 본질에서 비켜나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영남권 중진이 수도권에 출마하지 않아 윤석열정부가 궁지에 몰렸나.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 징계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대사면’ 논의는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등 잡음도 요란하지 않은가. 선거 패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권 혁신의 시작과 끝은 윤 대통령이어야 한다. 국민의힘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부터 변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자기 확신이 유난히 강한 63세의 대통령에게 변하라고 주문하는 게 부질없는 일은 아닐까. 그러나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선 후보 시절 이미 지금 필요한 모든 해법을 제시했다. 이를 되새겨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 “좋은 인사가 국민에게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2021년 11월25일 서울대생 간담회)고 했다. 또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낮에 국회의사당에서 제 욕을 듬뿍 한 야당 정치인들을 조속히 청와대로 모셔 식사 대접을 할 것”(2021년 9월1일 시사저널 인터뷰)이라고 약속했다. 2021년 9월7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내가 당원 투표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23%포인트 정도 이겼고, 여론조사에선 10%포인트 졌다. 이런 격차를 줄여 나가기 위해 중도 확장에 나서겠다”는 말도 했다. “집권 후에도 진영과 관계없이 인재를 발탁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인사, 소통, 협치, 중도 확장 등에서 후보 시절 약속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도층 마음을 멀어지게 했다. 좁은 인력 풀에서 돌려막기를 되풀이한 인사는 번번이 논란을 빚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인 기자회견도 딱 한 번 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는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처음 대화를 했다. 집권 후 1년5개월 만에야 야당 대표와 마주 앉은 것이다. 시정연설 후 가진 국회 여야 상임위원장단과 오찬도 처음 있는 일이니, 만시지탄이다.
윤 대통령이 그제 국회에서 낮은 자세를 취하더니, 어제는 시민들과 만나 ‘초심’을 강조했다. 일회성 보여 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5개월 후 총선에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사활이 걸려 있다. 만약 패배한다면 형극의 길을 걸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여권의 혁신은 백약이 무효다. 윤 대통령이 다시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게 최고의 혁신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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