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ESG 공시 연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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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내 도입 예정이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가 최근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공시 의무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국제 기준도 모호하다는 기업의 하소연을 금융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국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일단 대기업부터 공시 의무가 주어진다고 하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ESG 공시가 시작되면 좋은 기술에도 준비가 부족해 수출 협력업체에서 배제되는 중소·중견 기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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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내 도입 예정이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가 최근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공시 의무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국제 기준도 모호하다는 기업의 하소연을 금융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위도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ESG 공시는 기후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등 비재무적 정보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기업 책임 경영과 올바른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SG 공시가 미뤄졌지만 대기업들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달 27일 SK와 SK이노베이션 등 SK계열사 5곳,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위아, 포스코홀딩스, 에쓰오일, 네이버 등 19개사가 A+ 등급을 받았다는 ESG 평가 결과를 발표했고, 해당 기업들은 1일까지도 관련 자료를 배포하며 홍보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과 더불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 조치다. 이 회장이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한 셈이다.
SK그룹도 지난달 말 ‘SK 디렉터스 서밋 2023’에서 주요 관계사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적극적인 견제와 감독 기능을 강화해 거버넌스 혁신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 의사결정에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지배구조 변화를 꾀한 것은 필연이다. 가족 경영 승계가 뿌리 깊은 우리 기업은 지배구조 평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포스코가 창업 55년만에 파업 위기에 내몰린 최근 상황은 노사관계 문제가 매년 거듭되는 기업들의 사회책임 이슈다.
경제·산업계를 넘어선 대부분의 이슈가 ESG로 수렴하는 요즘, 한 중소기업 대표는 “ESG 준비엔 시간과 인력(돈)이 필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국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일단 대기업부터 공시 의무가 주어진다고 하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이 글로벌 ESG 공시 기준 마련을 위해 출범시킨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말 ESG 첫 공시기준을 내놨다. IFRS 스코프1(S1·일반 요구사항)과 스코프2(S2·기후 공시) 의무 공시를 2025년부터 시행키로 하면서도, 기업에 부담인 스코프3(S3·협력업체 등의 탄소배출량) 공시는 2026년부터 시행된다. 중소·중견 기업이 탄소배출량 측정 장비·기술 등이 없어 공시에 어려움을 겪는 건 어디나 같다.
ESG 공시가 시작되면 좋은 기술에도 준비가 부족해 수출 협력업체에서 배제되는 중소·중견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될 수 있다.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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