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인천Utd의 급성장 비법에는 특별함이 있다
[스포탈코리아] K리그1 울산 현대가 35라운드에서 대구 FC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조기 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시즌 종료를 각 팀 두 경기 씩만 남겨놓고 있다. 2023'시즌 K리그1은 그 어느해 보다 각 팀에게 희비가 엇갈리는 시즌이었고, 그 중심에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수원 삼성의 K리그2 자동 강등과 한편으로 광주 FC의 돌풍이 있다. 이에 못지않게 시즌 내내 관심을 집중시킨 팀은 바로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다. 작년 시즌 종합 순위 4위로 이변을 일으켰던 인천은 올 시즌에도 현재까지 5위를 기록하는 변함없는 저력을 과시하며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인천은 2월 25일 리그 개막 후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경기만에 시즌 첫승 사냥에 성공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지만, 4라운드에서 K리그1 승격 팀인 새내기 광주에 충격적인 0-5 대패를 당하며 9라운드까지 2승 3무 4패로 강원 FC, 수원 삼성과 함께 하위권에 위치했다. 이어 인천은 10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와 선두 경쟁을 펼치며 무패(5승 4무) 가도를 달리던,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잡는 기염을 토했으나 11라운드 수원 삼성전부터 15라운드 대구 FC전까지 3무 2패의 무승 늪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이같은 위기의 근본 원인은 2003년 창단 이후 부터 이어져온 인천의 열악한 재정 기반과 이에 의한 얇은 선수층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인천은 매 시즌 이름값이 아닌 간절함과 절실함이 묻어나는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래도 시민구단으로 서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K리그2 강등 경험이 없는 팀으로 건재하며 '생존왕' 별칭까지 얻고 있는 인천이다. '위기 뒤에 기회'라는 말은 그야말로 인천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그래서 일까 인천에게 무승 늪을 빠져나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천은 7월 들어 열린 강원과의 20라운드 맞대결에서 1-0 승리로 무승 늪을 빠져나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데 이어 24라운드 FC 서울전 1-0 승리까지, 5경기 4승 1무 무패의 승점 13점을 쓸어담는 반전으로 일찌감치 K리그2 강등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리그 순위 5위에 안착했다. 인천의 이런 반전 드라마는 2020'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53) 감독의 팀 조직력과 강한 승부욕 그리고 동기부여까지 장착한 뛰어난 지도력과 무관치 않다. 인천은 그동안 매 시즌 선수 이적으로 인한 K리그 순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영입 반등을 꾀했다.
이에 인천은 지난해 시즌부터 모래알 같던 팀 선수 구성의 응집력을 이끌어내는 경쟁력 높은 경기력으로, 현재는 강팀에게도 승리할 수 있고 약팀에세도 승리할 수 있는 팀 전력의 안정화 구축에 성공 약 300만 인천 시민들에게 주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 인천의 변화는 2019년 전달수 대표이사 취임 후 더욱 두드러져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정치적, 행정적인 뒷받침의 안정성은 물론 연계성 선수 육성을 위한 선진형 시스템과 전용경기장으로서 가치성 높은 숭의 아레나경기장 등 여건까지 갖추고 있어 창단 20년차를 맞은 인천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분명 인천은 무명의 선수가 벼랑끝에 몰려 있는 팀을 항상 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꼬리표에 마침표를 찍으며 거듭났다. 이는 인천이 26라운드 대구와 맞대결 3-1 승리를 지랫대 삼아 정규리그 최종전인 33라운드까지, 8경기에서 단 1패만 기록하는 놀란운 성과를 거두며 올 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울산과도 0-0 무승부 선전을 펼쳤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해 준다. 2023'시즌 K리그1 득점 부분 10걸에 인천은 단 한 명의 선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도움 부분에 제르소(32.기니비사우)가 6개를 기록 6위에 올라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인천이 파이널A 잔류와 더불어 2015년 준우승 이후 8년 만에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4강과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본선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기적같은 우승과 2020~2021 시즌에 FA컵을 들어올린 레스터 시티와 비견된다. 인천은 이같은 성과에도 만족하지 않고 K리그1 35라운드에서 무려 7명의 U-22세 이하 '젊은 피' 자원을 수혈하는 로테이션 가동으로 돌풍의 주역 광주를 2-0으로 잠재우는 승전고를 울리며 3승 4무의 또다른 도약에 방점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창단 처음으로 ACL에 나선 인천은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4-2로 꺾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이어 2차전 필리핀 카야FC 일로일로를 상대로 해서도 4-0 대승을 거두며 강팀으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중국 산둥 타이넝에 0-2으로 허를 찔린 인천은 산둥 요코하마 3팀 모두 2승 1패 승점 6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산둥에 밀려 조 2위를 기록 11월 7일 산둥과의 원정 4차전에서 G조 선두 탈환과 더불어 본선 16강 진출을 벼르고 있다.
비록 인천은 다시한번 FA컵 4강 무대를 밟으며 꿈꿔왔던 사상 첫 우승은 부상 악재와 집중력 결여가 겹쳐 전북에게 1-3으로 발목이 잡혀 좌절됐지만, 인천에게 2023년은 세 마리 토끼를 쫓는 가파른 상승세로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도 남음이 있는 한 해로 기억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인천에게 남은 파이널A 경기는 전북(11월12일)과 울산(11월24일) 두 경기로 현재 13승 13무 9패(승점 52) 전적에 4위 전북과는 승점이 단 1점 차이다. 이로서 인천에게 36라운드 전북전은 FA컵 설욕전은 물론 지난 시즌 성적 4위를 고수하기 위한 단두대 매치가 아닐 수 없다.
인천의 36라운드 전북 그리고 37라운드 울산과의 경기는 모두 홈 경기다. 따라서 4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전북과 인천을 추격하고 있는 6위 대구(12승13무10패 승점 49)의 남은 경기가 각각 홈, 어웨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이는 분명 인천에게는 승부에 희망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다. 매 시즌 초반보다 후반 뒷심이 강한 특수 능력을 발동하여 위기의식에 마침표를 찍곤 했던 인천이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부터 성장세가 두드러져 현 시점에서는 K리그1 12개 팀 중 상징적인 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따라서 인천은 '관심의 집중' 팀이 아닌 '관심의 중심' 팀으로서 마무리 시즌 성적과 도전에 나선 ACL의 성과물이 어떻게 나타날지 구단 주인인 시민과 더불어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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