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도 10억 뜯겼다… ‘검사 딥페이크’도 연습한 보이스피싱

김석모 기자 2023. 11. 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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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가로챈 보이스피싱 적발
/일러스트=정다운

서울대 교수 A씨는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서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깜짝 놀란 A씨는 전화를 끊자마자 112에 신고했다. 그러자 다시 검찰이라며 연락이 와서 “아까 전화받은 내용(수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자금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검사가 시키는 대로 그는 2억원을 건넸고,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에 8억원을 대출받아 추가로 건넸다. 가짜 검사, 가짜 금융감독원 직원이 번갈아 전화하는 바람에 사기를 당한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17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중국 항저우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1891명에게 149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로 조모(42)씨 등 44명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단일 보이스피싱 사건으로는 피해 규모가 국내 최대”라면서 “피해자들 중에는 교수와 의사, 공기업·대기업 직원 등도 있었다”고 했다.

공기업 간부 B씨는 2011년 부모님 유산 10억원과 대출금 14억원 등 24억을 이들에게 털렸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경찰에서 “전 재산 18억원을 날렸다. 대출금 14억원만 남아 매달 이자만 1000만원씩 내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중에는 삼성전자 직원도, 의사도 있었다. 이미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시도한 사람도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처음엔 검찰을 사칭해 “당신 통장이 대포 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위조한 검찰 공문이나 검사 신분증 등을 보여준다. 이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며 “자금 확인을 해야 한다”며 현금을 뽑아 전달책에게 건네도록 한다. 이어 마지막으로 “정상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돈을 보내도록 시킨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위조된 서류와 신분증, 검사 사무실을 영상통화로 보여주는 데서 속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영상 속 사무실에는 검사 명패와 검찰 깃발, 법복(法服)도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대출금까지 노렸기 때문에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신용도 높은 고소득·고학력자를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들은 또 ‘보안용 앱’이라고 속여 악성 앱을 깔도록 해 112나 검찰청에 전화를 걸어도 자신들이 받을 수 있도록 중계 기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자기 손으로 경찰에, 검찰에 전화를 걸었으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검사의 얼굴에 자신들의 음성을 입힌 딥페이크 피싱 범죄도 연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비롯해 일부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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