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도, 슈어저도 없는데… 텍사스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1승, 이것이 '달러'의 힘이다

김태우 기자 2023. 11. 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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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의 힘을 유감 없이 발휘한 텍사스의 키스톤 콤비
▲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코리 시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텍사스는 21세기 들어 꾸준한 투자를 감행하며 대권을 노렸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010년과 2011년은 모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 되며 자부심을 세웠다.

텍사스는 이후에도 한동안 투자에 열을 올렸다. 기존 멤버들에 더해 프린스 필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2014년 시즌을 앞두고는 추신수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2015년과 2016년 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을 이후로 팀의 전력이 기울자 한동안은 투자를 멈추고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 새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개장에 맞춰 달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2021년 텍사스의 FA 시장 최대 지출은 베테랑 선발 코리 클루버로 1년 총액 1100만 달러(약 149억 원)에 불과했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텍사스가 FA 시장에서 한껏 몸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달랐다. 몇몇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한 텍사스는 2022년 FA 시장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전력을 보강했고,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게 명확했다.

텍사스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당시 유격수 최대어로 뽑혔던 코리 시거와 10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414억 원)라는 메가 딜을 터뜨렸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이어 2루수 마커스 시미언과도 7년 총액 1억7500만 달러(약 2377억 원)에 계약하며 키스톤 콤비를 달러로 도배했다. 두 선수는 텍사스 타선에 부족했던 장타력과 폭발력을 더해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상 외로 시즌 성적은 저조했고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시거와 시미언이 기대만큼 활약을 못한 것도 있지만, 마운드가 너무 허약했다. 2022년 영입한 존 그레이(4년 5600만 달러), 조던 라일스(1년 700만 달러), 개럿 리차즈(1년 500만 달러) 등 몇몇 선발 투수들을 영입하기는 했으나 로테이션의 무게감을 다르게 할 만한 자원들은 아니었다.

이를 느낀 텍사스는 2023년은 다른 방향에서 돈을 썼다. 이번에는 선발과 마운드였다. 부상만 없다면 지구상 최고의 투수인 제이콥 디그롬에 5년 1억8500만 달러(약 2512억 원)를 투자했다. 모두가 디그롬의 부상 경력을 들어 3년 이상의 계약을 주길 꺼릴 때, 텍사스는 앞만 보고 직진했다. 네이선 이볼디(2년 3400만 달러), 앤드루 히니(2년 2500만 달러), 마틴 페레즈(1년 1960만 달러 퀄리파잉오퍼)까지 상위 투자 선수가 모두 선발에 집중됐다.

▲ 부상으로 내년까지 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제이콥 디그롬
▲ 기대했던 포스트시즌의 영웅이 되지는 못한 맥스 슈어저
▲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네이선 이볼디

그런데 이런 텍사스의 구상은 시작부터 삐걱였다. 디그롬이 다시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다. 시즌 시작부터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2024년 출전도 불투명한 큰 부상이었다. 텍사스의 ‘FA 투자 실패’ 흑역사가 반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선은 활발했다. 마운드를 이끌 에이스만 다시 찾으면 된다고 여겼다. 시즌을 포기한 뉴욕 메츠에서 맥스 슈어저가 매물로 나오자 그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유다. 텍사스는 다른 게 없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할 태세였다.

결국 치열한 승부 끝에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지구 라이벌이자 리그의 강호인 휴스턴을 4승3패로 누르고 감격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이었다. 그리고 1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11-7로 이기고 3승1패로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겼다.

사실 디그롬, 슈어저는 이 과정에서 그렇게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디그롬은 올해 6경기 출전에 그쳤다.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7의 성적을 기록한 뒤 수술대에 올랐다. 슈어저는 이적 후 8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잘 던졌으나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한 것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여파가 이어지며 부진했다. 급기야 3차전 투구 도중 허리 부상으로 결국 로스터에서 빠지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가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이볼디가 올해 정규시즌 25경기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 3.63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슈어저를 대신해 힘을 냈다. 슈어저와 비슷한 시기에 트레이드로 데려온 조던 몽고메리는 시즌 막판 팀을 구해내는 역투를 펼치더니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4차전 선발인 앤드루 히니는 5이닝 1실점의 좋은 투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시거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다. 포스트시즌 16경기에서 타율 0.306, 6홈런,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36의 대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유독 부진했던 시미언은 4차전에서 영웅적인 5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투자하는 팀이 승리하는, 어쩌면 정상적인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긴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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