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긴축 기조’, 학계 의견은 분분
“인플레 재발 가능성, 재정 축소를” “긴축 운용 땐 경제위기”
국회 예산안 관련 공청회서 정부 정책 해법에 다른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며 긴축재정 기조를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국회 예산 심사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분출하는 재정지출 확대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가 서민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돈이 풀리면 서민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재정을 풀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 물가상승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침체 때는 재정을 풀어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경제학은 말한다. 결국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 중 현재 시점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따라 재정 확대냐, 재정 축소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확장적 재정’과 ‘긴축재정’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경기진단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견해차이로 학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렸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을 경우 경기하강 국면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기 대응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한데 내년 예산안은 경기상황과 재정정책 기조가 부조화된 예산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라도 군불을 때 온기를 느끼게 해야 하지만 엄청난 세수결손과 건전재정 강조의 긴축기조의 정책 운용으로 봄은 왔지만 여전히 겨울인 춘래불사춘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류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빠르게 재정건전화를 시도했던 유럽연합 국가들 중 경제가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에서 재정위기발 경제위기가 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의 완전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긴축은 정부의 무리한 감세에 따른 예정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의 감세로 인한 세입 감소는 13조원에 달한다. 13조원의 추가 세수가 있었더라면 지출을 13조원 늘려도 시중 통화량은 자극받지 않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과도한 국세 감면은 재정 규모를 축소시켜 공공서비스 제공을 제약하고 소득재분배, 자원배분 등 재정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인식에 동조하는 시각도 있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공급 부족,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수입 원자재 및 수입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내외적 경제환경 변화가 두루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정부 재정 확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연구들을 보면 재정지출이 증가하면 단기적으로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이 늘지만, 재정지출이 투자와 수출을 감소시킴으로써 성장동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금이 증가하면 GDP는 감소하고 투자도 줄어 결국 더 많은 세금으로 더 많은 지출을 하면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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