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계약’ 구조 미스터리…해외 주주 ‘엑시트’ 노렸나
택시 운행 매출액의 20% 받고
제휴 비용으로 15~17% 돌려줘
택시기사는 세 부담 커져 손해
국내 1위 가맹택시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여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IPO를 앞두고 택시사업에 대한 회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계약을 둘로 나눠 매출을 과대계상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정밀 감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KMS)을 통해 가맹사업자의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받는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 마케팅 참여 등의 조건으로 별도의 제휴 계약을 맺은 사업자에게 통상 15~17%의 제휴 비용을 준다. 금감원은 두 계약을 관련성이 높은 하나의 계약으로 판단, 카카오모빌리티에 실질적으로 남는 4% 안팎을 매출로 잡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가맹택시기사가 100만원을 벌면, KMS에 가맹비 명목으로 20만원을 낸다. 하지만 운행 데이터 제공과 광고 마케팅 참여 대가로 택시기사는 15만~17만원을 받는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질 매출은 3만~5만원 수준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과대계상된 매출은 3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난해 매출액의 30%가 넘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업무 제휴 계약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가맹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완전히 별개 사업 분야(미래 모빌리티 사업 개발 등)에 활용돼 가맹 계약 내에 귀속될 수 없다”며 “별도 계약으로 처리되는 것이 회계원리는 물론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논란은 택시업계의 문제 제기로 2021년부터 국정감사 등에서 계속 이슈가 됐다. 복잡한 계약 방식으로 양측 매출이 실제보다 과다계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들은 엉뚱한 손해를 보게 된다. 업무 제휴 계약을 받고 들어온 돈이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매출액으로 잡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개인택시는 연 매출액 8000만원 미만이면 간이과세자, 8000만원 이상이면 일반과세자로 바뀐다. 기사의 실제 매출이 100만원인데도, 세무당국엔 115만~117만원으로 신고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한 3만8000여대 택시기사는 모두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는 것에 매력을 느낀 기사들이 두 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라며 “업무 제휴 계약은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고 가맹 계약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꼼수에 가까운 수수료 체계로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동안 카카오는 지금까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 주주들이 투자 회수 기간을 놓치면서 이들의 엑시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형적인 계약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 논란은 장기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 IPO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논란이 가중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며 “모두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