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이 ‘신라 천년수도’ 되살렸다
경주시, 황남동 일대 ‘문화재 구역’ 한옥 증·신축 지원 결실
개성있는 맛집·고즈넉한 숙소…20대 관광객 발길 사로잡아
지난달 21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불야성을 이뤘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은 20~30대로 보이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서울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행을 왔다는 김수영씨(31)는 “황리단길에는 예쁜 한옥 숙소가 많아 거리를 거니는 재미가 있다”며 “불국사나 천마총 등 문화재 탐방은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신라 천년수도’ 경주가 부활하고 있다. 불국사 등 문화재 답사를 위한 수학여행 장소에서 최근 젊은층이 찾는 개성 넘치는 도시로 뜨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주를 다녀간 외부 방문객 수는 3592만9463명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이동통신·신용카드·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관광 통계를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이 기간 방문객은 경북 주민이 807만2491명으로 22.5%를 차지했다. 이어 울산 725만450명(20.2%), 부산 449만5874명(12.5%), 대구 423만5310명(11.8%), 경기 308만506명(8.6%) 등 순이다. 전체 방문객 중 대구·경북 시민 제외 다른 시도에서 경주를 찾은 비율이 66%나 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20~29세가 19.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50~59세 19.2%, 30~39세 17.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MZ세대가 36.8%를 차지한 셈이다.
평균 체류 시간도 길었다. 관광객이 경주에 머문 평균 시간은 286분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시간보다 83분 더 머물렀다. 1박 이상 숙박객은 558만2501명으로 전체 방문객 중 15.5%였다.
경주시는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날을 포함한 지난 5월 연휴 기간(5월4~7일) 황리단길을 찾은 관광객은 21만여명에 달했다. 입장료가 전면 폐지된 경주 대표 관광지인 대릉원 관광객(2만9000여명)보다 7배 많은 수치다.
황리단길은 천마총 등 거대 고분들이 있는 대릉원과 인접한 곳으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수십년 동안 개발은커녕 낡은 한옥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2015년 말부터 대릉원과 가깝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몇몇 상인들이 20~30대가 좋아할 만한 개성 넘치는 가게를 열기 시작했고 2017년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따온 황리단길이라는 명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인기를 얻게 됐다. 현재 황리단길에는 상점 400여곳이 성업 중이다.
황리단길에 사람들이 몰린 데는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재의 역할이 컸다.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안압지) 등 신라시대 대표 유적이 도보거리에 있다. 경리단길을 모방한 전국 40여곳 특화 거리가 대부분 쇠락해도 황리단길이 여전히 ‘핫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황리단길 골목 안쪽에는 한옥 숙박시설도 즐비하다. 관광객 활성화를 위해 한옥 신축과 증·개축에 대한 경주시의 재정 지원이 황리단길 성공에 밑거름이 된 셈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대릉원과 첨성대를 연계한 특화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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