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도 폐쇄시켰다… 베이징 덮친 미세먼지에 한국도 비상
1일 오후 스모그가 덮친 베이징 천안문 광장.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미세 먼지에 가려 대형 깃발 속 별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방역 해제 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날 베이징 시민들은 마스크를 다시 꺼냈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30일 12시부터 이달 2일까지 대기오염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 오렌지색 경보는 대기오염 최고 경보인 ‘적색 경보’ 바로 아래 단계다. 중국의 대기질 기준 6등급 중 5등급(중대한 오염) 수준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표된다.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이번 스모그는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일대 20개 도시를 덮쳤고, 톈진·스자좡 등 18개 도시가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베이징 일대에는 미세 먼지·안개 경보가 동시에 울리며 한때 가시거리가 500m도 나오지 않아 고속도로 운행이 중단됐다. 올 하반기 최악의 스모그가 수도를 덮친 것이다. 베이징 질병통제센터는 “(수도권인) 징진지 지역의 어린이와 임신부, 노인, 심혈관·호흡 계통 질환자는 야외 활동을 피해 달라”고 밝혔다. 징진지 인구 1억명의 야외 활동을 제한한 것이다. 이날 베이징 도로공사는 베이징과 상하이·톈진·하얼빈 등을 잇는 8개 고속도로 노선의 주요 구간을 폐쇄했다.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설 자재 운반 차량과 디젤 화물차의 운행도 통제했다.
가을철 중국발 미세 먼지는 언제든 우리나라로 몰려올 수 있다. 이 시기 중국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서풍이 부는 데다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수시로 한반도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번 중국발 스모그는 한반도 북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바뀌면 언제든 우리나라를 직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서해상 고기압이 물러나면 중국발 미세 먼지는 서풍을 타고 곧바로 한반도에 상륙한다.
중국 수도권의 이번 스모그는 지난달 22일 시작됐다. 지난 30일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중남부와 허난성 북부는 공기질량지수(AQI)가 6단계 중 4~5단계 수준으로 악화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50m 미만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운전이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환경관측센터에 따르면 1일 오후 베이징의 PM 2.5(초미세 먼지) 농도는 150㎍/㎥를 넘겼다.
중국 기상 당국은 이번 스모그 원인을 산업 활동 증가에서 찾고 있다. 10월 하순 이후 징진지 일대의 공업 전력 사용량은 같은 달 초·중순과 비교해 5% 늘었다. 특히 시멘트·벽돌 등 생산에 투입되는 전력 사용이 급증했다. 화물차 운행과 농사용 에너지 사용량도 증가했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대기오염 단속을 이전보다 완화하고 있어 늦가을과 겨울 중국발 스모그 발생이 예년보다 잦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성장률이 정체되며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성장률을 쉽게 올리는 방법이 ‘굴뚝 공장’ 가동을 늘리는 것인데 시멘트 공장 등은 베이징 인근에 많다. 특히 초겨울로 접어들면 중국 대도시는 일제히 난방을 돌린다. 대부분 석탄 난방이기 때문에 미세 먼지 발생이 대폭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 기상 조건의 변화도 미세 먼지 발생에 영향을 끼쳤다. 올해 징진지 지역은 차가운 공기의 활동성이 약해 지면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고, 오염 물질이 오래 누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시기 한반도로 부는 바람의 방향이 북서풍 또는 서풍이라는 점이다. 봄여름보다 중국발 스모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상청 관계자는 “가을에 접어들면 한여름 북태평양고기압처럼 특정 기단이 우리나라를 뒤덮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언제든 ‘바람의 통로’가 될 수 있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 먼지의 영향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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