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생긴 구덩이에 시신 가득…“종말 온 것 같은 느낌”
난민 11만명 이상 밀집 지역
“사전 경고 없이 미사일 쏴”
인근 병원 부상자 밀려들어
봉사자가 붕대 감는 등 처치
아랍권 “민간인 표적” 규탄
공터에 있던 아이 수십명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에 놀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이들이 혼비백산하여 뛰어간 자리에는 방금까지 건물이 있었다고 믿기 힘든, 예닐곱개의 거대한 구덩이만 남았다. 구덩이 안은 시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개시 이후 최대 사상자가 발생한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의 피습 지역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AP통신·CNN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떨어뜨린 폭발물은 수천㎏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 제거를 위해 불가피한 공격이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아이를 비롯한 주민들이었다.
한 주민은 “빵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전투기에서 7~8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7~8개의 거대한 구덩이는 살해된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신체 잔해가 곳곳에 있었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폭격 후 현장으로 달려간 다른 주민도 “아이들이 다친 아이들을 나르고 있었다. 사람의 신체가 건물 잔해 위에 널려 있었는데, 그중 다수는 알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 영상을 보면 망연자실한 사람들은 구덩이를 내려다보면서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흐느끼고 있다. 작은 보자기를 들고 옮기던 한 주민은 “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는가. 아이들(의 시신)이다”라고 외쳤다.
자발리아 난민촌 인근 병원은 밀려오는 부상자와 부모를 잃고 우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의료진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들이 붕대를 감는 등 처치를 돕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병원의 수아이드 이다이스 의사는 “이스라엘군은 집 안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 어린이, 노약자, 여성을 목표물로 삼았다”면서 “부상자가 도처에 널려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알시파 병원의 한 간호사도 “아이들이 깊은 상처와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 도착했다. 이번 무분별한 폭력 사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자발리아 난민촌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들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 내 8개 난민촌 중 가장 큰 곳이다. 면적은 1.4㎢에 불과하지만 유엔에 등록된 자발리아 난민은 11만6000여명에 달한다. 2014년 가자 침공 당시에도 자발리아 난민촌 내 학교가 폭격을 당해 어린아이가 다수 희생됐으며, 이번 전쟁에서도 지난 9일 공습을 받아 수십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랍권은 이날 공습이 민간인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며 일제히 규탄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셀렘도 공습 직후 성명을 내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항상 금지되며, 이스라엘은 이를 지금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1일 성명을 통해 “자발리아 대학살로 외국 여권 소지자 3명 등 7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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