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염병 공포까지 엄습…“보건 재앙 임박”
장기 봉쇄에 극심한 물 부족
전력 끊겨 오물 처리도 못해
피부병·머릿니 퍼지는 곳도
이집트, 라파 검문소 개방
외국인·중상자 입국 허용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물도 식량도 의약품도 바닥난 가자지구가 최악의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 가자지구가 공중보건 재앙 상태에 이르자 1일(현지시간) 이집트 당국은 라파 국경을 개방하고 외국인 여권 소지자와 중상자의 입국을 허용했다.
중동 매체 ‘중동모니터’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쫓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미 초만원인 유엔 학교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으며, 인구 과밀로 급속한 질병 확산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자지구 내 위생 상황 악화로 이스라엘 폭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의 사망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가자지구에 공공보건 재앙이 임박했다”고 지난달 31일 경고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후 이곳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일부 주민들은 바다 인접 지역에 우물을 파기 시작했으며, 하수와 바닷물로 오염된 짠 우물물을 마시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특히 탈수로 인한 유아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오염된 소금물을 마시고 질병에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지구 물 폐기물 공장 6곳은 모두 연료와 전력 부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처리되지 못한 폐수와 분뇨가 공기 중에 장기간 노출되며 피부 감염 및 호흡기 질병 같은 전염병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란민들이 몰린 일부 학교와 대피소에서는 피부병과 머릿니 등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료 부족으로 구급차 운행이 중단되며 응급 환자들이 말이 끄는 수레에 실려 이송되는 등 가자지구 내 의료 현실은 처참한 상황이다.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 내 인구 과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상점 약탈, 연료 부족 등으로 식량과 의약품 분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가 개방되며 구호물품 공급량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분쟁 이전 공급 물량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 굶주린 주민들이 구호 창고에 침입하는 등 내부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가자지구 내 부상자를 이송하고자 라파 국경 검문소를 열었다. 이집트 국영 알카헤라TV는 이날 새벽 6시20분쯤 의료진을 태운 구급차 수십대가 국경을 넘어 가자지구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구급차에 이어 의약품 등 구호물품을 실은 대형 트럭 여러 대도 가자지구로 향했다. 앞서 이집트 당국은 가자지구 중상자 81명의 치료를 위해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경이 열리면서 가자지구에 있던 외국 여권 소지자들도 이날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건너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라파 검문소를 통해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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