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핼러윈행사에 ‘다바이’가 등장한 까닭
코로나 봉쇄 빗대, 청년 불만 표출
리커창 추모 연상시키는 ‘화환’ 분장도 나와
지난달 31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한 직장인이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서 흰색 방호복을 입고 ‘다바이(大白·방역 요원의 별명)’로 분장한 청년들을 봤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 검사를 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한다. 작년 3월 말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를 연상케 하는 분장이다.
이날 상하이의 핼러윈 축제는 중국 정부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場)이었단 평가가 나온다.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디고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핼러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글과 영상에 따르면, 이날 핼러윈 행사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유명한 ‘곰돌이 푸’로 분장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 곰돌이 푸는 서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통하며 그를 풍자하는 데 쓰인다.
지난달 27일 사망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를 추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화환’ 분장을 한 청년도 있었다. 그의 옆에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는 문구를 든 사람이 섰다. 중국인의 노예 근성을 비판했던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 루쉰(魯迅)으로 분장한 이도 있었다.
외신들은 ‘민생을 챙긴 지도자’ 이미지를 가진 리커창이 사망한 지 얼마 안 된 때에 핼러윈을 맞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발생한 이후 이번처럼 큰 규모의 단체 행동은 없었다”고 했다. 한 웨이보 계정은 “상하이의 핼러윈은 겉으로는 축제처럼 보이지만, 많은 의상 뒤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서 “마침내 우리는 특별한 날에 이를 분출하고 공유할 기회를 얻었다”고 적어 ‘좋아요’ 수만 개를 받았다.
베이징의 한 직장인은 “상하이 핼러윈 축제로 옷을 벗게 될 상하이시 공무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웨이보 등에서는 상하이시 문화여유국 집법총대장이 이번 행사 관리 소홀로 파면됐다는 가짜 뉴스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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