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반입·인질석방·피란 개방까지…'분위기 전환' 이어지나
이스라엘은 "휴전 없다" 강경태세…국제사회 요구 갈수록 커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양측 주변에서 인도주의적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이 같은 움직임이 맞물려 일시적 교전 중단 내지는 휴전까지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현지시간) 이집트는 가자지구 남부 관문인 라파 국경 검문소를 개방하고 팔레스타인에 체류 중이던 외국 여권 소지자들의 입국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대응에 나서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 인적 왕래가 끊겼던 이후 처음으로 피란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도 피란민 이동 허용 조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관계자는 이날 라파 검문소를 통과할 이들의 명단을 이스라엘과 이집트 당국이 조율했으며, 관련국 대사관에도 사전 통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세력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 작전을 확대하며 교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인도적 차원의 소통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한 직후 "이집트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공급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부터 현재까지 200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이 가자지구로 반입됐다.
유엔에서는 이번 사태 발발 전 매일 트럭 500대 분량의 물자가 가자지구에 들어갔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현재 구호품 반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일단 전면 봉쇄 시기에 비교해서는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도 간헐적으로 민간인 인질 석방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하면서 민간인 약 250명을 납치해갔다.
하마스는 이 중 지난달 20일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준 데 이어 사흘 뒤에는 이스라엘 여성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며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또 "우리는 중재자들을 통해 향후 수일 내로 일정한 숫자의 외국인을 석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인명피해와 더불어 이스라엘 인질들의 생사가 이번 사태 해결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하마스의 이런 조치는 국제사회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네팔 방문 도중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다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그룹 사이 갈등이 격화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즉각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마스에 대한 반격을 줄곧 지지해온 미국도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을 통해 "지금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을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인도적 일시 교전 중단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껏 이스라엘이 '하마스 절멸' 의지를 확실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전격적인 휴전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은 10월 7일 끔찍한 공격을 당해놓고서 하마스에 대한 적대행위 중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휴전 요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테러에, 야만에 항복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스라엘군(IDF)은 나날이 가자지구에서 공습과 지상작전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상군 투입에 따른 IDF 전사자가 이날 기준 11명에 이를 정도 피해를 불사하는 모습이다.
이는 하마스도 마찬가지다. "가자지구를 조만간 이스라엘군(IDF)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며 결사적인 태세다.
다만 지상전이 장기화할수록, 사망자가 늘수록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하마스는 이날도 이틀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난민캠프를 겨눈 공습이 이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8천796명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3천648명을 포함한 수치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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