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34년 월드컵 개최권 가져갔다
공동 대회 추진 호주·인니 포기 후
인판티노 FIFA 회장, SNS서 언급
유치 사실상 확정…형식 절차 남아
오일 머니로 국제대회 잇따라 유치
인권 문제 등 ‘스포츠 워싱’ 비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권을 사실상 가져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시아(사우디)에서 2034년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FIFA는 아직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선 한국·일본(2002년 공동 개최)과 카타르(2022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다. 사우디 대회는 중동의 무더운 더위를 피해 2022년 카타르 대회처럼 11~12월에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는 인판티노의 공인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사우디는 여성 인권침해와 동성애 범죄화, 언론의 자유 제한 등 숱한 인권·정치 문제를 스포츠 투자로 덮으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노출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2034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비결은 역시 ‘쩐의 전쟁’으로 풀이된다. 먼저 2026년 북중미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이 14개나 필요해 늘어난 인프라 건설 비용을 부담할 나라가 많지 않았다.
사우디는 막강한 오일 머니를 무기로 온갖 국제대회를 자국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미 2027년 아시안컵,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과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국으로 확정된 상태다.
FIFA 역시 사우디의 자금력에 흠뻑 빠진 모양새다. FIFA가 올해 호주·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한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사우디 관광청 브랜드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게 시발점으로 보인다.
FIFA는 지난달 초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물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치 절차를 3년 앞당기면서 사우디에 특혜 아닌 특혜를 줬다. 최근 2030년 월드컵을 3개 대륙(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서 열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그다음 대회 유치 선언에 단 26일의 시간을 준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나라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호주와 인도네시아도 공동 개최 카드를 고려했으나 10월31일로 마감되는 빠듯한 일정에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사우디에 2034년 월드컵 개최를 허락한 것은 인권에 대한 FIFA의 약속이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우디는 자국에 대한 오해를 직접 방문해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캡틴’ 조던 헨더슨(알 이티파크)이 올여름 사우디 리그로 이적하면서 미디어 노출이 사우디의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월드컵 개최까지 남은 11년간 불편한 시선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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