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 쏟자 "아들 막아달라"…발 못 빼는 도박사이트 (풀영상)

박서경 기자, 박재연 기자 2023. 11.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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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소년 도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은 도박 경험이 있고, 불법 온라인 도박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학생이 19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속보도를 통해 청소년 도박 중독의 실태와 그 대안을 짚어보려 합니다.

오늘(1일) 그 첫 순서로 박서경 기자가 도박에 중독됐던 학생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50대 A 씨는 평일 아침, 출근 대신 아들과 정신병원으로 향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의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중1 때부터 3년 동안 불법 온라인 도박에 쓴 돈이 5천만 원이 넘습니다.

[A 씨/도박 중독 경험 학생 아버지 : 사다리 게임·달팽이 막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할 수 있는 게임, 굉장히 충격이었죠. 금전이 오고 간 거.]

아들의 도박을 멈추기 위해 A 씨는 경찰 신고는 물론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직접 연락해 접속을 막아 달라고까지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 물품 사기 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도박 충동을 못 이길 때면 벽을 부수거나 소리를 질렀습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A 씨를 붙잡은 건 아들의 편지였습니다.


[A 씨/도박 중독 경험 학생 아버지 : 저도 아버지랑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도 이겨내고 싶어요. 아빠 도와주세요. 울었죠, 제가. 지금도 좀 울컥해지는데.]

A 씨 가족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국 초중고 학생들 1만 8천여 명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이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B 군/도박 중독 경험 학생 : 계속하는 애들은 (반에) 거의 7~8명은 (있어요.) 반에 남자애들 절반 이상은 계속하는 것 같아요.]

도박에 쓰는 자금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학생 : 제가 한 달에 1억 6천까지 땄어요. 1억 6천을 따고 이제 1억 2천을 잃었어요.]

또래 사이 전파력이 크고 말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어 수치에 잡히지 않는 인원이 더 많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손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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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어른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불법 도박 사이트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한 학생이 다른 친구를 끌어오면 수수료를 주는 이런 다단계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도 하는데, 이 내용은 박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카지노처럼 딜러가 앉아 있고 돈을 걸자 카드 게임이 진행됩니다.

사다리와 레이싱 등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단순한 게임들도 수두룩합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게임들입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관계자 : 무료 머니 1만 원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입 첫 충전 (혜택) 30% 있고요.]

10년 넘게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청소년들이 주된 이용자라고 말합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어린 친구들의 이용자 수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이용자들이) 중요하죠.]

청소년들을 유인하기 위한 무차별 광고와 무료 도박 머니 제공은 기본.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친구를 데려오면 도박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주는 '추천인 제도'라고 설명합니다.


도박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 이른바 '모집책'에게 추천인 코드를 주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이 코드를 입력하면 모집책에게 도박 머니를 주는 방식입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어린 친구들이 또 추천을 해주는 그런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막 40~50명 그렇게.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항상 모여 있고….]

한 학생이 200명을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모집책이 친구를 이른바 '새끼 모집책'으로 두는 다단계 방식도 이용됩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내가 10%를 받았잖아요. 그럼 10% 받은 거에(서) 또 5%를 (새끼 모집책에게 줍니다) 이런 식으로 다단계로 계속.]

이런 식으로 도박에 발을 한번 디디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도록 각종 수단을 동원합니다.

[도박 중독 경험 학생 : 전화랑 문자 와서 몇만 원 쿠폰 챙겨주겠다, 다시 이용해라…(도박) 안 하다가도 다시 그런 것 때문에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김준희, VJ : 노재민, CG : 최하늘, 화면제공 : 도박없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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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과정은?

[박서경 기자 : 청소년들이 공짜로 만화나 영화를 보기 위해서 불법 웹툰이나 불법 OTT 사이트, 이런 거 많이 보는데요, 여기 광고 대다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들입니다. 광고를 클릭하면 바로 사이트가 연결되고 회원가입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별도 인증은 없고, 계좌번호만 있으면 5분 안에 누구나 도박을 할 수 있습니다. 게임도 규칙이 복잡한 카드 게임 같은 것들이 아니라 사다리 타기, 홀짝 같은 단순한 게임 위주인데요, 그래서 학생들이 집에서 도박을 하다가 걸려도 학부모들이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겁니다.]

Q. 도박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박서경 기자 : 제가 만났던 도박 중독 학생 부모님은 아들이 가족 개인정보까지 이용해서 회원가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족에게까지 전화와 문자가 이어지는 거죠. 또 이 학생이 도박 사이트에 연계된 불법 대출도 신청했었는데, 사채업자가 주소를 보고 집까지 찾아오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이 가족은 휴대전화를 수십 차례 바꾸는 것은 물론 온 가족이 심지어 개명까지 했습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절도나 성매매 같은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더 취재한 내용은 내일(2일) 계속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박서경 기자 psk@sbs.co.kr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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