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열차냐”… ‘의자 없는 지하철’에 냉담한 시민들 [미드나잇 이슈]

김지호 2023. 11. 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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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의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의자 없는 칸'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증편 운행을 비롯해 주요 역에 혼잡도 안전 도우미를 채용하는 등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시범 사업을 통해 효과성이 입증되면 추후 사업을 확대해 시민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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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지하철 4·7호선 2개 칸 의자 없앤다”
누리꾼 “지하철 혼잡하면 증차하거나 배차 늘려야”
‘푸시맨·접는 의자’ 日 사례 들며 찬성하는 의견도
#1 출퇴근 수단으로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는 양모(24)씨는 안산시에 거주해 매일 중앙역부터 인덕원역까지 이동한다. 양씨는 지하철 객차내 의자를 없애는 것에 반대한다.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는 지하철에 의자가 없으면 탑승 시간 동안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칸에 더 많은 승객이 승하차하면 그만큼 시간이 길어져 혼잡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시흥시에 거주하는 최모(26)씨는 7호선을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한다. 매일 천왕역에서 탑승해 남구로역에서 하차한다. 최씨는 의자가 없는 게 낫다고 본다. 항상 앉던 승객만 앉아서 가고, 서서 가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동 거리가 짧은 승객을 위해 1~2칸 정도는 좌석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시민들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의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의자 없는 칸’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이에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은 “강제징용 열차냐”, “더 많은 인원이 타서 압사 사고 날 것 같다”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4·7호선 각 1편성에서 2개 칸의 객실 의자를 없애는 ‘전동차 객실 의자 개량 시범 사업’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는 올해 3분기 기준 각각 193.4%, 164.2%다. 공사는 의자를 제거해 4·7호선의 혼잡도가 각각 153.4%, 130.1%로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 반응은 냉담한 듯하다. 이날 보도가 나간 뒤 기사 댓글 가운데는 “지하철이 혼잡하면 차량을 증차하거나 배차를 늘려야 한다”며 “의자를 없애서 사람을 더 밀착시켜 한 차에 사람을 더 많이 밀어 넣겠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댓글에선 “점진적으로 모든 지하철에 의자를 없앨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하철이 사람이 타는 건지 짐을 싣는 건지, 이 제도 만든 사람들은 지하철을 안타서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2024년 1월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 4·7호선 열차 2칸을 대상으로 객실 의자를 없애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전동차 객실 의자 개량 후 사진. 서울교통공사 제공
반면 일본 전동차 사례를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저렇게 해서 압사 사고가 났다면 일본은 매일 사고가 났을 것이다”면서 “일본은 옛날에 의자 없는 전동차를 도입했었고, 푸시맨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푸시맨이란 입석 승차가 가능한 대중교통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해 승객을 완력으로 밀어 넣어주는 사람이다.

푸시맨은 일본에서 처음 나온 단어지만 자동차 보급률이 낮고 대중교통이 열악했던 과거 국내 수도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수도권에만 지하철이 있었기 때문에 푸시맨이 활동했고, 지방 버스노선에선 안내양이 역할을 겸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중교통이 개선되자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과거 일본에서 전동차 의자를 없앤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출퇴근 시간 접히는 의자를 1990년대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해당 좌석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출퇴근 시간, 관광객이 몰리는 기간에 적용하거나 이동 거리가 짧은 승객에게는 편리하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고 한다.
일본 도쿄 신주쿠역이 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에선 오히려 좌석을 늘리는 방안도 고안했다. 2010년대에 들어 일부 객실에 천장에서 내려오는 의자를 도입한 것. 객차 출입문 5곳 중 2곳에 별도의 의자를 내려서 좌석 수를 늘릴 수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매일 역마다 의자가 내려오진 않는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활용해 더 많은 승객이 좌석에 앉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혼잡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 4호선 3편성 30칸, 7호선 1편성 8칸을 추가로 도입한다. 노후 전동차 교체사업을 발주할 때 통합 발주 또는 계약 변경으로 추진해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증편 운행을 비롯해 주요 역에 혼잡도 안전 도우미를 채용하는 등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시범 사업을 통해 효과성이 입증되면 추후 사업을 확대해 시민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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