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쟁반달
하루는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보이더라. 마침 요새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 <밤, 네온>을 잘 읽었다. 그 동네에 있다는 ‘푸른 달 카페’, 길고 눈부신 푸른 달 네온이 서 있는 골목이 상상된다. ‘제분소 노동자들이 살던 집, 골동품 가게들과 중고 가구점들, 의류 위탁 판매점들, 자선 매장, 표구점, 화랑들’이 늘어서 있다는 거리. 하늘엔 푸른 달이 밤새 매처럼 뵤뵤 떠도는….
친구 중에 젤 친한 친구를 가리켜 꾀복쟁이 친구라 하지. 윗도리는 입고 아랫도리만 벗은 걸 ‘꾀’라 하는데, 옛날엔 그리 놀았어. 요샌 콩글리시로 ‘베프’라 하던데, 제맛이 아니다. 나도 어려서 꾀복쟁이 친구들과 밤개울 멱을 감고 달구경을 오지게 했어.
무등산 자락에 달이 뜨면 근사하다. 지난밤엔 무등산 뒤편 수만리 바위고개에 사는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선배 댁을 방문. 마당에서 고구마를 구우며 불멍과 달구경. ‘수만리의 달’이란 노래도 있는데, 김원중 작사 작곡. 원곡은 엉뚱하게도 찾아온 한 손님의 얘기란다. 아내랑 둘이서 온 누가 그러더래. “와따메~ 달이 진짜로 이삐네잉. 마누라랑 둘이 보기에는 참 아깝다~.” 흐흐, 부인에게 맞아 죽지 않았으면 다행한 달밤.
“웬일이야 저렇게 큰 달이. 웬일이야 우~ 높은 하늘에 밝은 달, 바람 타고 웃는 달. 수만리 보듬어 주는 달. 유채꽃 피면 노란 달 뜨고 메밀꽃 피면 하얀 달빛. 알싸한 바람이 뿌려놓은 시린 달빛. 코끝에 내려앉는다. 당신 없이 보기는 아까운 달….” 원래의 내용을 노래로 만들면 돌 맞을 것 같아서 살짝 바꾼 가사. 내 음악수업 오시는 화순군 문화재위원 심홍섭 샘께 언젠가 선물로 몇 장 얻은 음반 <화순, 적벽, 운주사, 그리고 수만리>에 노래가 들어 있더군. 집에 돌아와 노래 감상. 창문 너머 달도 한번 쳐다보고, 부처님께 가면 절을 여러 번 하듯이, 한번 또 한번 자꾸만 보게 되는 쟁반달.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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