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돌아보기] 우울한 전망

기자 2023. 11. 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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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교육예산은 6조9000억원 줄어든다. 2023년 예산 대비 9.1%가 준다. 엄청난 교육예산 감축이다.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대학을 지원하는 고등교육 전출금은 2023년 1조5199억원에서 2024년 2조2414억원으로 7215억원이 늘어난다. 시도교육청 입장에선 7조6000억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2022년 경기도 예산은 19조1959억원이다. 이 중에서 인건비, 학교 운영비와 같은 경직성 예산은 16조5162억원이다. 86%가 경직성 예산이다. 경직성 예산은 줄이기가 힘든 예산이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예산 중 14%의 예산에서 줄어드는 예산에 맞게 사업을 줄여야 한다. 체감적으로는 65% 정도의 감축이 느껴질 것이다.

중동에 전쟁이 일어났고 확전이 우려된다. 석유값이 들썩인다. 최근 학교에서는 다른 항목의 예산을 끌어와서 추경을 통해 전기세와 가스값의 부족분을 채웠다. 연초 예상보다 전기세와 가스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아직도 더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 내년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전기세 인상이 예상된다.

시도교육청의 가장 손쉬운 예산 절약 방법은 내년에 초등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초등학급을 줄이는 것이다. 교사의 인건비도 줄어들고 전반적인 학교의 운영비가 줄어든다. 2024년에는 전대 대비 12만5000명의 초등학생이 준다. 2022년 초등 일반학급 수는 11만9803개이고 2023년 11만8771개이다. 1032개의 학급이 줄었다. 초등학생이 6만명 줄었기 때문이다. 학생 58명이 줄 때 1학급이 줄었다. 같은 기준으로 줄이면 2024년 2155개의 학급이 줄어든다. 50명당 1학급을 줄이면 2500개 학급이 줄어든다.

신규교사를 뽑기는 하지만 발령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렇게 상황에 밀려 학급 수를 줄여 나가면 어느 순간 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안에서 발령이 나지 않는 상황이 온다. 공립 유치원에서 이미 겪은 일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예산과 상황에 밀려 학급 수를 줄이면 큰 인사 혼란이 올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 9월22일 ‘제2차 부총리-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국가시책 특별교부금 사업은 유사사업 통폐합을 통해 2023년 166개에서 2024년 30개 내외의 사업으로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2023년과 2024년 특별교부금 사업 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분석해 보았다. 2024년 사업 중에서 크게 늘어나는 사업은 디지털교과서 관련 사업이다. 2023년에는 단위사업 중 ‘디지털 기반 원격교육 혁신 지원’ 하나만 있었는데 디지털 역량 제고, 디지털 기반 구축, 디지털교과서 개발 3가지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에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문해력을 연구하는 노르웨이 아네 망엔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서 종이로 읽기와 화면으로 읽기를 비교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읽는 독서는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를 훈련하지만, 화면을 통한 읽기는 정신없이 화면을 넘기면서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면으로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슈퍼마켓을 빠져나가는 행위에 비유했다. 아네 망엔은 종이책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보다 화면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더 적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54개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화면의 열세’라고 명명했다.

이미 긴 글 읽기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학교마저 서둘러 읽기와 관련한 참을성과 지구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다른 나라보다 서둘러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교육예산이 줄어 가장 먼저 줄여야 할 사업을 꼽으라면 디지털교과서 사업이다. 그 돈으로 2023년에는 있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취약계층 우수인재 육성사업’ ‘학업중단 예방 및 대안교육 지원 등의 교육복지 사업’에 투자하기를 바란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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