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만에 첫 개방…‘생명줄’ 라파 국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생명줄’ 라파 국경의 문이 열리고 일부 피란민들의 통행이 시작됐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그간 굳게 닫혀있던 라파 국경이 이날 개방되면서 가자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검문소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안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은 전쟁 25일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라파 국경의 문을 개방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번 국경 개방으로 모두에게 통행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국경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합의한 500여명의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가 가자지구를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출국 허가 명단에는 일본, 오스트리아, 그리스, 호주, 스페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포함됐다. 심각한 부상으로 치료가 시급한 팔레스타인인 수십명도 진료를 위해 이집트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됐다. 다만 이들은 치료를 마친 후 다시 가자지구로 보내질 전망이다.
라파 국경이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날 일찍부터 검문소로 몰렸다. 출국이 허용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여들면서 국경 일대는 혼잡을 빚었다. 이번 출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도 계속해서 가자지구를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3주 동안 자국 대사관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수많은 전화와 호소를 했지만 아무 응답을 받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에 있던 외국 여권 소지자들이 우선적으로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건너갔다. 현재까지 약 110명이 통과했고, 이들 중 일부는 속속 이집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81명의 팔레스타인 부상자를 응급차로 싣고 와 치료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국경 인근에는 이들을 태우기 위한 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했다. 현재 이집트 시나이에는 텐트 4개로 구성된 야전병원에 각각 20개의 침대가 있고, 라파에서 15km가량 떨어진 셰이크 주웨이드에도 12개의 의료 캐러밴이 설치됐다. 또 그보다 좀 더 떨어진 마을의 병원들도 가자 환자들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고 불리는 가자지구를 떠날 수 있는 인원은 200만명의 가자지구 인구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이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과 봉쇄로 현재까지 8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전력과 식량‧물 등 필수품도 고갈되면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있다.
현지 소식통은 첫날 일단 500여명만 국경 통과가 허용됐지만, 추후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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