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제시카법’ 위헌 소지 크다
10월26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제정안은 올해 초 입법예고했던 바의 ‘거주지 접근 제한의 비합리성과 부작용’을 피하는 대신에, ‘거주지 제한(사실상 구금)’이라는 더 큰 모순과 위헌 논란에 빠져버렸다. 특히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198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및 국회의 입법적 노력으로 폐기됐던 자유박탈적 보안처분(‘보호수용’)을 우회하거나 전제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하고,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정 장소를 지정해 거주하게 함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금지된다면, 일부 제한적 이동이 가능하더라도, 그 속성은 ‘구금’일 수밖에 없다. 출소자에 대한 구금이라는 점에서 위헌적 이중처벌이 되고, 이중처벌의 문제를 피하려 자유박탈의 정도를 완화하면 지역주민의 반발과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의 경우, 특정 장소에의 거주명령은 가족을 구성하는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 효과가 가족에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문언(제13조 제3항)에 반한다. 또한 이 법안은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하도록 함으로써(법안 제9조 제1항), 기간의 상한이 명확하지 않아 구금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전자장치 부착자의 약 10%는 부착기간이 10년 이상 30년 미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작 중요한 특정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장소의 위치와 지정거주시설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법률이 아닌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심지어 거주제한의 정도와 방식 및 그 안에서 요구되는 생활조건들, 준수사항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많은 논란과 비판이 예상되는 법률임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다. 법원의 거주지 제한명령 “결정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는 거주지 제한명령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제9조 제4항)고 하는 등 이의제기 절차를 무력화하고 절차적 권리를 형해화하는 부분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안은 천연덕스럽게 “이 법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지정하는 조치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촉진함으로써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제1조)을 목적으로 제시한다. 일단, 사실상 구금이므로 사회 복귀를 촉진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재범 방지는? 출소한 범죄자를 다시 가두면 당연히 재범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자 모두를 출소하자마자 계속 구금해야 한다.
최근 스토킹처벌법에도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도입될 만큼 전자감독의 효과성이 인정됐다. 2011년 성충동약물치료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집행된 75명 중 재범자는 단 1명(1.3%)에 불과. (…) 재범 억제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검증되었음”이라고 법무부가 발표할 정도로 성충동약물치료의 효과도 높다. 이 때문에 굳이 거주지 제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도 없다.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에 비해 침해되는 이익과 위헌 소지는 훨씬 크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도 못했다.
전자감독과 성충동약물치료와 같은 기존 제도로 일정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데, 문제가 많은 거주지 제한을 왜 도입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대일 전담보호관찰 제도를 더 강화하는 것이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 법안을 집행하는 데 드는 시설과 인력에 드는 예산의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통해 ‘한국형’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김대근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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