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온가족 위한 순한맛"…'개콘' 새롭게 도약할까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3. 11. 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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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오는 12일 밤 10시 25분 KBS 2TV 첫 방송
개그맨 정범균, 홍현호, 이수경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일부 코너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3년 반 만에 절치부심해서 돌아왔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주류가 아닌 시대, '개그콘서트'는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코미디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 4일 처음 방송돼 수많은 스타들과 유행어를 배출했으며, 21년 동안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졌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얕은 깊이의 풍자, 대중 정서와 시대 인식,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2020년 폐지됐다.

이후 설 자리가 없어진 개그맨들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상에 밀접한 스케치 코미디 등이 공감을 자아내면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연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한 '개그콘서트'가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개그맨 김원효(왼쪽부터), 정태호, 정범균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는 김상미 CP·이재현 PD와 개그맨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 김지영, 조수연, 홍현호, 윤형빈 등이 참석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이에 앞서 새로운 코너 세 가지를 시연했다. 저출생 시대의 유치원 배경인 '금쪽 유치원', 유튜브 채널 '폭씨네'를 무대로 옮겨, 베트남 외국인 며느리의 일상을 담은 '니퉁의 인간극장', 남녀의 파란만장한 소개팅 일대기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등이 공개됐다. '금쪽 유치원' 코너는 '나 귀해. 소중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요즘 시대의 자존감 높은 어린이들을 그렸다. 그러나 '니퉁의 인간극장'과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외국인 희화화, 성별 고정관념, 외모 중심 개그 등 과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전형적 감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코너 시연 직전에 무대에 오른 KBS 조현아 예능센터장은 "'개그콘서트'가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이후부터 우려와 걱정과 기대 등이 있었는데 견디고 준비해 준 출연자들과 제작진에 다 너무 감사하다. 미흡한 점도 많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셔서 예전의 '개그콘서트'가 부활하고 대한민국의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응원과 사랑을 부탁 드린다"라며 "올해 연예대상에도 '개그콘서트' 팀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고, 풍성한 무대가 될 거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당부했다.

개그맨 박형민(왼쪽 ), 김영희, 김지영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일부 코너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작진들이 자부하는 가장 큰 변화는 신인 개그맨들의 높은 참여도와 유연한 트렌드 수용이다.

김 CP는 "새로운 얼굴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과 함께 신선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과거와 같은 점은 '공개 코미디'라는 것"이라며 "물론 유튜브나 OTT에도 재미있는 코미디가 많지만 전 세대가 함께 보기에는 껄끄러운 수위가 있기도 하다. 저희는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게, 세대 간 소통도 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PD는 공개 코미디 방식으로 변형된 '폭씨네'를 예로 들며 "과거 '개그콘서트'처럼 공개 프로그램만이 코미디의 전부였던 시대가 있었다. 스스로 비교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없으니까, 경주마처럼 앞으로만 달려가는 게 있었다. 지금은 유튜브나 OTT를 통해 또 다른 개그의 붐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저희가 수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식상함을 탈피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어 공개 코미디 무대까지 서게 된 '폭씨네' 김지영은 '개그콘서트'가 꿈의 무대였다. 실제로 외국인 며느리 니퉁 캐릭터로 시험을 보기도 했었다고.

김지영은 "다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유튜브 콘텐츠는 시골 배경의 전원일기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고, 아무래도 더 수위가 높긴 하다"며 "'개그콘서트'는 꼭 서보고 싶은 무대였는데 예전에 시험 보고 떨어졌지만 똑같은 캐릭터를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했다. 남녀노소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높은 수위 보다는 시어머니와의 고부 갈등을 통해 통쾌한 며느리의 모습 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재현PD(왼쪽부터), 김상미CP, 이수경, 개그맨 홍현호, 정태호, 김지영, 조수연, 김지영 김원효, 정범균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성장한 선배들도, 이제 막 공개 코미디 무대에 서기 시작한 후배들도 서로 협력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물론,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의 장이 다시금 열린 것에 가장 큰 감격을 느끼고 있다. 외부 응원도 만만치 않다. 박나래는 오늘(1일) 첫 녹화인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커피차를 보냈고, 변기수는 코너가 없음에도 바람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김원효는 "제가 기회를 많이 받았던 기수이고, 열심히 하면 신인도 무대 주인공을 할 수 있긴 했다. 그래도 선배님들이 주축이 되고, 후배들이 작은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선배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많이 할 거 같고, 신인들에게 기회가 갈 거 같다. 미흡해도 개그맨을 꿈꾸는 또 다른 신인들도 준비할 수 있는 무대가 되도록 만들어졌다. (코미디에는) 매운 맛만 있는 게 아니고, 순한 맛도, 다른 맛도 있으니 그런 다양한 맛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신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어 "오늘 들어오는 순간 울컥했다. 지금은 집처럼 편하다. KBS에는 참 희한한 감정이 있다. 이렇게 다시 할 거면 왜 폐지했나 원망도 있고,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하기도 하다. 여기가 제 고향이기도 한데 이렇게 변함없이 자리 지켜주고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홍현호와 조수연 역시 벌써 10년 차 개그맨이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해 공개 코미디로서는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홍현호는 "저희 중간 기수가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공개 코미디만 해도 개그맨이 유명해질 수 있고, 잘될 수 있다는 그런 가치를 증명해야 되지 않나 싶다"라고 했고, 조수연은 "공개 코미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과거) '개그콘서트'에 뽑히고 나서도 보여준 게 없었는데 이제는 그 때 놀지 못했던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준비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개그콘서트'는 오는 12일 밤 10시 25분 KBS 2TV에서 첫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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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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