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김재호가 두산 내야 키(key)가 되면 안 된다"

김민경 기자 2023. 11.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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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환 두산베어스 수비코치 ⓒ 두산 베어스
▲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제 더 이상 김재호가 두산 내야 키(key)가 되면 안 된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가 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젊은 내야수들에게 독한 말을 남겼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는 현재 현역 연장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황이다. 두산과 올해로 3년 25억원 FA 계약이 끝났다. 두산과 재계약해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간다면, 한 시즌 더 젊은 내야수들이 넘어서야 할 거대한 산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냉정히 두산은 올해 젊은 내야수 육성에 실패했다. 김재호의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올 시즌 초반 이유찬, 안재석, 박계범 등을 중용하고자 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젊은 선수를 키우려면 충분한 기회를 주고, 인내해야 하는 것도 맞으나 억지로 세대교체를 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결국 이승엽 두산 감독도 시즌 중반부터는 수비 강화를 위해 김재호를 주전 유격수로 내세웠고, 그 상태로 시즌 끝까지 치렀다. 벌써 몇 년째 김재호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김재호는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4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어느덧 19년차가 됐다. 김재호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했다고 쳐도 10년 넘게 김재호를 밀어낼 젊은 유격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21년 1차지명 안재석이 꽤 큰 기대를 받았고, 신인 시즌 때는 꽤 가능성을 증명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손목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결국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이유찬, 박계범 등은 클러치 실책이 한번씩 나와 유격수로 주전을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결국 세대교체를 시도하다가도 김재호에게 손을 뻗는 게 두산의 현실이다.

그래서 조 코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김재호가 두산 내야 키가 되면 안 된다. 내년에도 김재호가 올해처럼 계속 필요로 한다? 이러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결국에 누군가는 김재호 선배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김재호도 마음 편히 은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한테 '네가 우리 후배한테 물려줘도 좋겠다 싶을 시점이 오면 그때 은퇴를 생각해봐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날이 빨리 오는 게 좋은 건지, 늦게 오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으나 선수들이 확실히 자기 자리로 만들려는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두산 베어스 박준영 ⓒ 두산 베어스
▲ 박준영(왼쪽)과 이유찬 ⓒ 두산 베어스
▲ 안재석 ⓒ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유격수 김주원처럼 두산도 '내 자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젊은 내야수가 튀어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비와 타격 등 여러 지표를 봐도 김재호가 더 좋은데도 "베테랑이니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나야 한다"고 억지로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 더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김재호가 납득하고 자리를 내줄 수 있는 후배가 이른 시일 안에 나오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비시즌 전력 보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다음 시즌 주전 유격수 후보는 박준영이다. 조 코치는 "박준영은 유격수로 써야 한다. 유격수보다 3루수를 더 잘하긴 하는데, 팀 사정을 봤을 때는 박준영이 유격수로 성장해 주는 게 베스트다. 허경민이 3루에 있으니까. 베스트는 박준영이 유격수 자리를 잡아주면 좋다. 준영이가 생각보다 시야가 좋고 순간 판단력도 좋다. 공도 잘 던지고, 포구할 때 정확히 잡지 못해도 공을 멀리 흘리지 않는다. 큰 실수가 잘 없다. 꽤 안정적인 내야수다. 감독님께서도 박준영이 포지션 하나를 맡으면 좋겠다 생각하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유찬은 강승호와 함께 2루수에 비중을 더 두고 비시즌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조 코치는 "두산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이)유찬이가 처음 2루수로 주전 비슷하게 기회를 받았을 때는 매우 잘했다. 그 이후 머릿속에 각인되는 실수들이 있었다. 2루수 주전을 유찬이가 해도 되나? 싶었던 기간이 열흘에서 보름 정도 있었다. 그땐 정말 타격도 수비도 잘했다. 그게 너무 빨리 왔나 싶다. (주전을) 쉽게 본 게 아닌가. 그 이후에 야구라는 것에 호되게 당했다고 본다. 자리를 잡을 뻔한 희열도 있었고, 본인한테 실망도 있을 테고 반성의 시간도 보냈을 것이다. 그런 게 잘 버무려져서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내가 놓쳤던 것은 유찬이가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다. 지금은 잘되고 있으니까 으쌰으쌰만 계속 했다. 정작 경기 나가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캐치하지 못했다. 나도 그 기간에는 조금 신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잘되고 있는데 어떻게 쉬나 싶어 몰아붙였다. 그게 오히려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 왼쪽부터 박계범, 조성환 코치, 이유찬 ⓒ 두산 베어스

언급한 선수 외에도 모두가 '주전'을 목표로 달려들길 바랐다. 내년 봄까지는 누구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코치는 "지금 제로 베이스다. 양석환(FA)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확고한 주전은 3루수 허경민 정도다. 누군가는 재호를 넘어섰으면 좋겠다. 내야 포지션 2~3개가 비어 있다고 본다. 1, 2군 전체 내야수가 다 여기 주인이 될 수 있다. 독한 놈이 나왔으면 좋겠고, 나도 독해져야 하고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년에도 계속 올해처럼 조각을 맞춰 가면서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감독님께서 정말 힘드셨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두산 내야가 어땠는지 다 알 텐데, 눈높이가 높다. 다른 팀보다 훨씬 높다. 대충해서는 두산의 내야를 차지할 수 없다. 그것을 계속 강조하면서 기본기도 철저히 계속 훈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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