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약탈적 카카오택시 반드시 제재 … 은행 독과점 방치 안돼"
"낮은 값으로 경쟁자 없앤 후
카카오가 택시시장 독점
탄핵 얘기까지 나오지만
정치적 유불리 안따질 것"
참석자들에 무릎담요 선물
카카오, 尹질타에 긴급간담회
◆ 비상경제민생회의 ◆
윤석열 대통령이 13개월 만에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현장에서 국민들과 만났다. 민생 중심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행보다.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등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과 직접 문답을 주고받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택시기사는 "매월 1일이 되면 가스 값이 또 얼마나 올라갈까 (걱정)"라며 "또 올라가서 ℓ당 1000원 정도 연료비가 들어간다. 엄청난 부담이라 유가보조금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택시에 대해서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 콜 수수료를 대폭 낮춰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왜 그러냐 하면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이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분간 유가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등이 안정될 때까지 지원금을 계속 드릴 수 있도록 제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대답했으며 카카오택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장과 제대로 협의해서 한번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차단하기'로 택시업계에서 도마에 오른 상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지적하면서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3월 20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승객과 더 가까운 데 있는 비가맹택시보다 더 멀리 있는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했다.
최근에는 '콜 차단'도 논란이 됐다. UT(우티)나 타다 등 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 배차를 막은 혐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기사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산물을 만들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있다는 한 소상공인은 "자영업자 자살 사건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금리가 갑자기 껑충 뛰어 거의 10~13%가 됐다가 현재는 5.5%로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제조업체는 (대출) 제한 업체로 안내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과점 상태, 이것도 일종의 독과점"이라며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문제다. 일선에서 영업한 사람들을 최고위직에 잘 안 올려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채권이 더 안정적"이라며 은행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료·가스비 부담을 걱정하는 시민에게 추 부총리는 "일각에서 가스요금·전기요금 인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어떠한 식으로든 요금 조정 문제를 검토하더라도 우리 서민층, 일반 국민에게 추가 가스요금 부담이 없도록 한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약속했다.
7년 차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1억원까지 1.2% 저리로 대출해주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해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첫 번째 연장을 할 때 10%의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 0.1%포인트가 가산되는 부분이 있다"며 "청약 같은 것도 0.3%포인트씩 인상하면서 이 정책 상품도 (금리가) 1.5%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정책금융은 정부가 재정을 은행에다 맡겨서 필요한 정책 목적에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나중에 이자를 붙여 다시 국고에 넣으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 은행에서 이 금리를 왜 올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은행 나름대로 조달비용도 들고 리스크에 따른 손실 부담 때문에 금리를 생각만큼 낮추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실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금리가 최대한 낮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 경제팀이 물가 안정화에 거의 올인을 했다"며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데 중요한 것이 정부의 재정 규모를 건전하게 관리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재정 건전화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일자리가 역대 정부보다 많이 늘었다"면서도 "서민들의 삶이 과연 좀 나아졌느냐, 그거는 아직까지 영향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날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장소와 형식, 내용 등에서 최근 열렸던 기존 회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부분의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청와대 영빈관이나 용산 대통령실 등에서 개최됐지만 이번에는 마포구의 한 북카페를 대관해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현장 소통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한 만큼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카페 창문에는 '국민은 늘 옳습니다. 언제나 듣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녹색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날 윤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정부가 따뜻한 겨울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참석자들에게 무릎담요를 선물했다.
[우제윤 기자 / 박윤균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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