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용역보다 높아진 사격장 소음 기준…국방부 “용역·판례 고려”
[KBS 춘천] [앵커]
군 사격장 소음 피해 보상을 둘러싼 문제, 오늘도 짚어봅니다.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 소음 피해 보상을 담은 법률은 2020년 시행됐습니다.
국방부는 법 제정에 앞서 전문연구기관에 소음 피해 기준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실제 소음 기준은 용역 결과보다 높아졌습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방부의 의뢰로 수행된 8,500만 원 짜리 용역결과서입니다.
처음 이뤄지는 군 사격장 소음 피해 보상을 앞두고 기준을 만들기 위한 용역이었습니다.
자주포 등 대형화기는 82db(C) 소형화기는 67db(A)부터 최저 소음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나온 법 시행령에는 수치가 달라졌습니다.
용역에서 제시된 수치보다 대형, 소형 할 것 없이 기준이 2씩 더 높아진 겁니다.
다시 말해, 소음 피해를 인정받는 기준이 까다로워진 겁니다.
[한길용/철원군 군훈련장 피해대책위원회 행정사무장 : "우리는 비합리적이라고 느끼죠. 주민들이 소음법 보상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자기네들이 임의적으로 만든 것이죠."]
국방부는 용역결과를 다 따를 의무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용역 내용의 일부와 전차 사격장 소음피해를 규정한 과거 대법원 판례를 함께 고려해 기준을 정한 것이라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는 민간 공항의 경우 이 정도 차이로 보상 대상이 10% 가량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설명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소음·진동 관련 전문가/음성변조 :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 두 결과를 가지고 추가적인 전문가 자문 없이 기준을 정했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민감한 결정을 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소음 공학박사/음성변조 : "연구용역을 거쳐서 그거를 내부적으로 만약에 바꾼다면. 숫자라든지 범위를 바꾼다면 내부적인 검토를 자체적으로만 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적인 검토를 한 번 거치는것이 통상적이라고."]
국방부는 군용 항공기 소음과 사격장 소음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고 답변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불만·의문 잇따르는 군 소음법…문제는?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군 사격장 소음 피해 보상 방식과 기준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취재기자로부터 더 자세한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조휴연 기자, 우선 이 군 소음법이란 게 정확히 뭔지 설명을 해 주시죠.
[기자]
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입니다.
2019년에 만들어져서, 2020년 11월에 시행됐고요,
실제 보상은 지난해부터 이뤄졌습니다.
그동안은 비행장이나 사격장 인근 소음 피해는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이 이뤄졌는데요.
갈수록 이런 소송이 많아지니 정부는 피해 보상을 체계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아예 법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이 법과 시행령은 처음으로 소음 피해 기준이나 소음 측정 방식, 보상금액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법이 생기긴 생겼는데 그 내용을 두고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는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크게 세가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소음 측정 방식이고요.
둘째, 정보의 공개 문제.
셋째, 소음 기준의 타당성입니다.
먼저, 측정 방식인데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소음 기준을 만들 때 등가소음을 적용한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등가소음이 뭐냐면요.
변동이 심한 소음을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강도를 따져 등급을 나눈 다음, 평균을 내는 방식입니다.
애초에 국방부가 이런 방식을 택한 건 군용 비행장 소음 보상 체계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군용 비행장 소음 보상체계는 민간 공항의 기준을 차용했습니다.
민간 공항은 비행기가 수시로 드나드니까, 소음의 평균값을 낼 수가 있겠죠.
그런데 포 사격 소음은 좀 다릅니다.
쏠 때 한번 큰 소음이 나고, 불규칙하게 나거든요.
그래서 비행장 소음 측정방식으론 사격장 소음 피해를 온전히 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 소음 기준 수치가 용역과 달라진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기자]
당초에 취재진이 취재를 시작한 건 시행령 수치와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 제안된 수치에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소음의 최저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는 보상 범위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기준 산정은 물론 절차도 신중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취재진은 세차례 걸쳐 국방부가 왜 기준을 용역과 다르게 바꾼건지를 물었습니다.
국방부는 국방부가 기준을 만드는 데 쓰인 구체적인 판례나 계산식은 명확하게 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어떤 전문적인 절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안 했습니다.
[앵커]
주민들이 이의제기할 방법은 없는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현행법에도 이의 제기에 대한 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이의를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 신청인에게 통보할 수 있고, 이 결과에 불복하면 다시 국방부장관에게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입증 책임입니다.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입증을 하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 국방부는 소음 측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요.
소음 측정 방식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하다보니, 주민들로선 사실상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네, 소음 보상 문제가 첫 발을 뗀 만큼, 국방부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럼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영상편집:김동하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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