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을 해도, 여긴 안 간다”…사기 트라우마에 ‘빌라 기피현상’
분양가 낮추고 전세전환에도 효과 미비
◆ 전세사기 사태 1년 ◆
1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분양 현장. 준공 5개월차지만 대다수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현장서 만난 분양관계자는 “일대가 전세사기 피해지역으로 알려지면서 문의가 없다.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분양가를 10% 이상 낮추고 일부 물량은 전세로 전환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드러난 전세사기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사기 피해 당사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 뿐만 아니라 빌라시장을 빙하기로 만들었다. 수요자들이 사기 걱정에 빌라를 기피해 임차 수요는 줄고, 이에 따라 공급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민 주거의 핵심 축이자 주거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빌라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를 찾는 수요가 급감한 데다가 고금리, 자잿값 인상까지 겹쳐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전월세 수요는 말할 것도 없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내내 매매는 단 한 건도 없고 전월세 계약도 3건 하는데 그쳤다”며 “빚내서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임대인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부 악성 임대인과 중개사들 탓에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데다 전세가도 급격히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임차인들은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집만 찾는데 임대인들은 가입요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빌라의 경우 보증액은 공시가격의 126% 이내다. 그런데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크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의 69%다. 반면 아파트,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한도 계산에 공시가격이 아니라 KB나 부동산원 시세를 먼저 적용한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빌라도 아파트처럼 국가가 공인하는 현실적인 가격산정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며 “당장 정부가 안심전세앱으로 안내하는 시세도 있고 프롭테크 업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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