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년 살림살이 1.5조 줄어도 '약자와의 동행' 손 놓지 않는다
'약자와의 동행' '한강르네상스' 역점 사업은 늘려
8대 분야 중 5개 줄어… 대중교통 재정 지원 축소
서울시가 세수 감소로 13년 만에 감축된 예산안을 편성했다. 그럼에도 ‘약자와의 동행’과 ‘한강르네상스’ 등 역점사업 예산은 늘렸다. 반면, 지역화폐와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대폭 줄이며 정부 정책 방향을 충실히 따랐다.
서울시는 총 45조7,230억 원을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47조1,905억 원)보다 1조4,675억 원 감소했다. 서울시 예산안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세수 감소 원인으로는 기업 실적 둔화와 집값 하락 등이 꼽힌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그동안 서울시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큰 틀에서 서울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다”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세수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고 말했다. 회계 간 전출입으로 중복된 금액을 제외한 순계 예산은 41조2,125억 원으로 올해 대비 3,705억 원 감소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 지원금 등 법정의무경비(11조649억 원)를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집행예산은 28조9,030억 원이다.
시정 8대 분야 중 사회복지와 문화관광, 일반행정 3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분야의 예산이 쪼그라들었다.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도로교통’으로, 전년 대비 3,088억 원(11.8%) 줄었다. 교통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상승을 감안해 대중교통 재정지원을 줄인 영향이다. 증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사회복지’로 기준중위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급여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4,025억 원(2.5%) 늘었다. 시는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되도록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낭비적 지출 요인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지역화폐 예산 대폭 삭감
특히 오 시장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약자와의 동행(13조5,125억 원)’ 분야 예산은 올해(13조2,100억 원)보다 오히려 2.29%(3,025억 원) 증가했다. 취약 계층의 생계ㆍ주거ㆍ의료ㆍ건강ㆍ교육의 지원을 이어가고, 서울시가 지원하는 안심소득 가구를 가족돌봄청년 등 저소득 위기가구 중심으로 500가구 확대(56억 원)한다.
아울러 기후 위기와 재난 대응에 대비한 ‘안전한 서울(2조1,376억 원)’, 도시공간 혁신 관광인프라 개선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등 ‘매력적인 서울(1조272억 원)’ 분야에도 중점 투자한다. 여기에는 침수 중점관리지역 3곳(강남역ㆍ광화문ㆍ도림천)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착공(1,049억 원),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401억 원), 한강~경인아라뱃길~서해를 연결하는 서울항 조성(254억 원), 내년 9월 운항이 목표인 수상버스(208억 원) 등이 포함됐다. 6년간 80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수상버스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서울항 등 한강르네상스 2.0 사업은 그대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회적기업 지원과 지역화폐(서울사랑상품권) 예산은 대폭 깎였다. 올해 120억 원이었던 사회적 기업 예산은 “인건비 직접 지원 대신 자생력을 높인다”는 고용노동부의 정책에 따라 내년에는 75.9% 급감한 28억9,000만 원이 배정됐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인건비 지원은 국비 75%, 시비 17.5%, 구비 7.5%로 분담하는데, 내년 신규 지원이 없어져 이미 고용된 직원들에게 약정된 예산만 지원하게 됐다”며 “대신 홍보, 공공판로, 경영컨설팅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간접 지원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예산도 올해 254.6억 원에서 내년 88.9억 원으로 65.1% 급감했다. 다만, 소상공인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돕는 ‘소상공인종합지원사업’과 소상공인 보증지원을 위한 ‘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은 각각 40억 원, 60억 원 증액돼 여파를 최소화했다는 게 시 설명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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