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요한 "영남에 검사 공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상"
영남 의원 반발에는 "경북지사가 '흔들어야 당 쇄신' 응원하더라"
"3선 초과 동일지역구 출마 금지 등 기득권 내려놓기 검토"
김한길 배후설에 "환장할 일" 일축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일 검사 출신의 영남지역 공천 가능성에 대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내 영남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가 거론되면서 지역구의 빈 자리를 검사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채울 것이라는 '낙하산 공천설'을 부인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대통령과 세 번 만나 거침 없는 대화를 나눴는데 윤 대통령은 책임감이 강한 인격자"라며 "그런 발상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남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의형제인 이철우 경북지사가 '자꾸 흔들어야 쇄신이 된다'며 응원하더라"면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혁신 과제로 '희생'을 제시한 그는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며 △3선 초과 동일 지역구 출마 제한 △의원 정원 축소 △불체포 특권 제한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생생한 민초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남 중진 물갈이론을 두고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철우 경북지사에게 최근 전화가 왔다. 형님으로 모시는 분이다. 내가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를 다 건들면서 그분들 비위를 상하게 한 것 같다'고 하니 이 지사가 '에이 신경 쓰지 마. 자꾸 흔들어야 변화가 오고 쇄신이 되는 거야. 그거 안 하면 안 돼'라고 격려를 하더라. 너무 멋있는 양반이다. 경상도 사나이다."
-그 밖에 어떤 어려움이 있나.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국민의힘은 물론 다른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희생했고 정치인이 이득을 봤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정치인이 희생할 때다. 정치권에 와 보니 공동체보다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에게 '정말 당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싶다. 나는 2025년 정년 퇴임하면 사학연금 받으면서 살다가 내 고향 순천에 뼈를 묻을 것이다. 나라가 살아야 나도 살지 않겠나."
-정치인들이 어떻게 희생해야 하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혁신위는 지금까지 통합 행보를 했지만 다음 키워드는 희생이다. 국회의원이 재판을 받는 데서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 국회의원 숫자도 줄여야 할 것 같다. 지자체장은 3선까지만 허용되는데, 국회의원도 (동일 지역구에서 3선을 한 이후에는) 지역구를 바꾸게 하면 어떨까 싶다. 다만 이건 개인 생각이고 혁신위원들과 곧 논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인 위원장은 "나, 이순신 장군도 엄청 좋아하지만 백제의 계백 장군도 좋아한다"며 희생론을 이어갔다.
"이정현 전 의원은 계백 장군 같은 마음을 갖고 순천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 그를 뽑아준 내 고향 순천이 자랑스럽다. 하태경 의원도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내가 전화해서 '동생 참 잘했네. 고맙네, 바로 그런 결단이 필요하네'라고 격려했다."
-영남 중진이 험지에 출마하면 빈 지역구에 검사 출신이나 대통령실 참모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쉽게 당선될 것이란 비판도 있다.
“(검사 공천설 등은) 오보 아닌가. 선정주의적 보도 아닌가. 윤 대통령을 세 번 만났는데, 한 번도 그런 발상 자체를 들어본 바가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고 나는 의사 출신이다. 책임감이 큰 직업이란 공통점이 있어 말이 잘 통한다. 내가 아는 윤 대통령은 책임감이 강한 인격자다."
-혁신위가 공천에도 관여할 것인가.
“혁신위가 공천 심사를 할 수는 없지만 공천으로 가는 길은 제시할 것이다. (당에는) 좀 아프겠지만 쿨하게 제시할 것이다.”
-어떤 공천 기준을 제시할 것인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기준이다. 어려운 민생 현장에 내려가서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들을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식당 종업원, 자영업자들을 불러서 어려운 민생 현장의 얘기를 듣는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 과제로 이념에서 민생으로의 국정기조 대전환과 건설적인 당정관계 구축을 꼽았다.
"동의한다. 경제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 당정관계와 관련해서도 김기현 대표가 나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한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니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당에 여러 변화를 주문할 것이다. 안 의원도 곧 만나려고 한다."
-윤 대통령을 만나면 무엇을 건의할 것인가.
"'영업사원 1호가 되겠다'는 약속대로 외국 정상을 100명 가까이 만나 경제 외교를 한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 일이다. 정치인은 경제가 어려우면 돈을 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그럼에도 재정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도 존경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혁신위는 민생 현장에 내려가서 생생한 민초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할 것이다. '대통령께서 잘 보시고 판단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유혹은 받았다. (직장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 다 얘기 나왔지 않느냐. 그런데 그거 하나도 안 중요하다. 혁신위 성공이 100배는 더 중요하다. 혁신위 활동을 하다 보니 알수록 (정치가) 참 힘든 거란 생각이 든다. (출마를) 안 하는 방향으로 자꾸 생각이 들지만 단서는 있다. 가령 인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좀 녹여달라는 임무를 국가가 부여한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인 위원장의 배후에 있다는 설이 있다.
"정말 '환장'할 일이다.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김 위원장 부부와 친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른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내가 김 위원장과 매일 통화하며 지시를 받는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평생 통화한 횟수가 다섯 번이나 될까 싶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114590003691)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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