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터널 빠져나올 희망 본 수출..."나라 바깥 바람을 견뎌야 살아난다"

이윤주 2023. 11.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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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10월 수출입동향 발표 
수출 5.1% 성장 무역수지 16억 달러 흑자
지난해 10월부터 수출 마이너스...기저 효과도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늘며 13개월간 이어진 수출 부진에서 일단 벗어났다. 연합뉴스

우리 수출이 부진의 터널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에너지 수입 감소로 무역 수지도 다섯 달 연속 흑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고금리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 상황이 만만치 않아 완전한 수출 회복이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각종 리스크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어난 550억9,000만 달러, 수입이 9.7% 감소한 534억6,000만 달러였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 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수출 플러스(전년 동기 대비 성장)와 무역 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건 20개월 만이다.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회복 흐름을 보인 영향이 컸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3.1% 줄었다. 감소율은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3분기(-3.9%)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올해 1분기 -40%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올해 2분기 -34.8%, 3분기 -22.6%로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메모리 감산 효과 가시화, 스마트폰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추세로 수급 개선이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년째 떨어지던 반도체 D램(9월 1.3달러→10월 1.5달러)과 낸드(9월 3.82달러→10월 3.88달러) 고정가도 10월에 올랐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19.8%), 일반기계(+10.4%), 가전(+5.8%), 선박(+101.4%), 디스플레이(+15.5%) 등도 3개월 이상 수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對)중국 수출 역시 개선 조짐을 보였다. 10월 대중국 수출액은 110억 달러, 대중국 수출 증감률은 –9.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대중국 수출 증감률은 지난 1분기 -29.7%, 2분기 -22.2%를 기록한 데 이어 7월 -24.9%, 8월 -19.9%, 9월 -17.6% 등으로 감소 폭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가스(-54.3%), 석탄(-26.1%) 등 에너지 수입이 22.6% 줄어 전체 수입액 감소를 이끌었다.


공급망 다변화로 리스크 관리해야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러나 10월 지표를 두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게 지난해 10월이라 이번 수출 플러스 전환을 두고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2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올 10월 수출액은 4억 원가량 줄었다.

깊어진 미중 갈등, 고금리 여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물가 불안 등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중간재 수출이 많고,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를 100% 수입하는 우리 경제는 원래 대외 상황에 흔들림이 많지만 최근에는 더 자주,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우리 수출 회복의 성패는 '외풍(外風)'에 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 수출이 완만하게 되살아나는 추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성장세는 가파르지는 않을 것이고 지속 기간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최근 수출입 동향 분석 자료에서 "4분기(10~12월)는 장기 추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및 내년 중 월 수출액 실적에 따라 장기 추세의 상승 혹은 하락세가 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과정에서의 각종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해졌다고 해도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여전히 높다"며 "(새 산업·시장을 개척하기보다) 공급망 전체를 다변화‧안정화해서 갑자기 어느 한 곳에서 위기가 생겼을 때 전체 산업이 멈추는 상황이 없게 관리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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