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수장 '권영수부회장·지동섭대표'에 쏠린 시선…발언보니

강민경 2023. 11. 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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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권영수 부회장, LFP 양산시기 앞당겨야
SK온 지동섭 대표, 전기차 수요둔화는 일시적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배터리 산업의 지속 성장에도 불구, 최근 글로벌 시장 여건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원팀 전략으로 배터리 산업의 도약이 가능하리라 본다.”

국내 배터리 업계 최고위급 경영진들이 1일 ‘2023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 모여 이처럼 입을 모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배터리 산업의 날’은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지난 2021년 11월 최초 개최한 행사다.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한 배터리 산업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산업 종사자를 격려해 관련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날 행사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이강덕 포항시장,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수주잔고 1000조, 국내 배터리가 유일”

이번 행사는 한국 배터리 업계 누적 수주잔고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을 기념하는 데 의미가 컸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을 맡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수주잔고가 1000조를 넘는 상품은 우리나라 산업군에서 배터리가 유일하다”며 “배터리 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엔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등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대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격화되고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산학연이 함께 원팀이 돼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권 부회장은 “신흥산업의 급한 성장세 속에서 간과했던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근히 준비한다면 다시 한 번 도약할 때가 분명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흑연 통제에 대해서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방향은 배터리 업계가 아닌 무기 관련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협력·세제혜택·연구개발 발 벗고 나선다”

정부도 업계의 성장을 적극 돕는다. 국가 근간으로 자리한 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한 시점서 업계 발전을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요국과의 통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와 금융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해 업계의 발빠른 대응과 노력들을 적극 뒷받침 할 것”이라며 “최근 다양한 배터리 신기술이 등장하는 만큼 정부가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해 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배터리 산업의 수출·투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간 3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우수 배터리 기업 추천, 추천 기업에 대한 지원, 상호 정보 공유 강화 등이 골자다.

해당 협약을 통해 수은과 무보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와 국내외 설비투자 등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동섭 SK온 대표, 은탑산업훈장 수상

지동섭 SK온 대표이사가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온

이날 지동섭 SK온 대표이사는 배터리 업계 최초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지 대표는 현대차그룹·포드·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누적 기준 29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를 실현해 국내 배터리 산업 성장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 대표가 부임한 2019년 이후부터 SK온은 △미국 3곳(조지아·테네시·켄터키) △유럽 2곳(헝가리 코마롬·이반차) △중국 3곳(창저우·후이저우· 옌청) 등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장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SK온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2019년 기준 6903억원에서 2022년 7조6177억원으로, 3년 만에 11배 이상 상승했다. 

초격차 기술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SK온은 NCM9 등 하이니켈 배터리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인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미국 최고 권위 발명상인 에디슨 어워즈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NCM9’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90% 수준까지 높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2019년 SK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 대표는 “매년 매출을 두 배씩 늘려온 쾌속 성장 기조에 더해 향후엔 내실경영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며 “협력사들과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전망 및 계획에 대해선 “내년까지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시장의 흔들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2030년까지 중장기적 흐름에서 전기차 보급 전망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게 글로벌 기관들의 전반적 전망”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 공장 가동 시점 및 신규 공장 시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LFP 양산 관련 계획을 언급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관련 전기차용 배터리를 기존 목표인 2026년보다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LFP를 최대한 빨리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술력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장비 반입과 공장 증설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LFP는 양극재로 리튬, 인산, 철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말한다. 그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다. LFP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건 배터리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LFP는 NCA, NCM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고 무게는 무겁다. 쉽게 말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다. 반면 LFP는 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열화현상도 적어 수명이 길다. 열을 유발하는 니켈을 사용하지 않아 화재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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