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카오 독점' 때린 尹…'따뜻한 건전재정' 거듭 부각(종합)
대통령실 "서민·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정부 의지 피력"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이동환 기자 = "카카오 택시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부산 개인택시 기사),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금리가 껑충 뛰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 됐다."(김포시 수산업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 카페에서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마이크를 잡은 시민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회의에는 택시기사, 자영업자, 주부, 회사원,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국민 6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부터 강조한 '민생 현장 행보'의 일환이다. 생활 속 주제를 국민과 직접 만나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은행 기득권층" "카카오택시 횡포" 제재 방침…'서민'에 방점
윤 대통령은 회의 도중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리 부담을 호소한 수산업자 말에는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메시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한 소상공인의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은행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이 고금리에 따른 가계 부채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계속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설명하면서는 '서민'에 방점을 찍었다.
"나라가 많은 돈을 못 주고, 많은 힘이 안 되더라도 그야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또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예산을) 재배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김기흥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재정 방만은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서민과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따뜻한 정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택시기사의 호소에는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례적으로 구체적 기업명까지 거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것이 정부의 재정 규모를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물가를 잡아서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잘 경청하겠다"…마포 카페서 '초심' 강조
시민들과 타원형으로 둘러앉은 윤 대통령은 "오늘 잘 경청해서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운을 뗐다. '노타이'에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 앞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라는 팻말이 세워졌다. 카페 창문에도 '국민은 늘 옳습니다. 언제나 듣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카페를 장소로 정한 것도 "책상과 사무실을 떠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기조가 담겼다고 김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주 열리곤 했다.
마포는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재작년 6월 29일 제 정치 선언문 첫 페이지에 마포 자영업자 이야기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또 같은 해 9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한 마포구 한 맥줏집 사장의 빈소와 가게를 갔던 점을 언급하며 "여기를 다시 와 보니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멀리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바쁘신데도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무릎 담요를 선물했다. 정부가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직장인·숙박업자·대학생…시민들, 尹대통령 만나 어려움 호소
모두발언 이후 사회를 맡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기탄없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께 묻고 싶은 질문을 편하게 많이 질문해달라"고 했다.
주제를 한정하지도 않았다.
총 10명의 시민이 마이크를 잡았다. 일부 시민은 중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 전셋집을 새로 구한 한 직장인은 "(정부의) 청년 저리 대출을 연장할 때 금리가 가산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다른 금리가 올라간다고 해서 올리는 것은 제가 보기에 좀 안 맞는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설명을 요구했다.
"평소 2시간 이상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데 최근 교통비가 인상돼 교통비 부담이 여전하다."(가천대 학생), "사드 문제에 이어 코로나로 7∼8년 동안 시설을 못 했다. 가전제품 교환 지원을 활성화해달라."(40년차 천안 숙박업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대출이란 문턱은 엄청 높다."(싱글 대디) 등 토로도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변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 금융위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주로 했다.
현 정부 대책을 소개하고 향후 보완 및 점검을 약속하는 내용들 위주였다.
이영 장관은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대통령이 조금 더 질문을 받으라고 한다"며 추가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직접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추진해야겠다"며 "국정 운영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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