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길위에 김대중' 내년 1월 개봉… “선거용? 尹 대통령도 정신 이어가겠다고 해” [엄형준의 씬세계]
“민주투사 영웅화 아니라 국민·나라 나아갈 길 찾는 것”
내년 총선 앞두고 개봉 논란에…“출생 100주년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 결심 전 김대중 평화센터 전시관에 와서 네 시간 반을 둘러보고 두 시간 넘게 대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결심에 김대중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그 길을 가는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여야를 불문하고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로 가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준 대통령인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아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내년 1월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영화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상고를 나와 사업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의 큰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고, 1987년 6·29 선언으로 활동의 자유를 얻은 후 16년 만에 다시 광주를 방문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그가 이후 대통령이 되는 과정과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이 영화에 담기지 않았다.
민환기 감독은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에서 투사로, 투사에서 사상가로, 사상가에서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루려고 했다”면서 “그것이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과 차이도 있을 뿐 아니라 제가 해석한 김 전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목이 ‘길위에 김대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정치적 공과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재야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주목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민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며 “미국에서 770여일 동안 강연회를 200번 열었다고 하더라. 3일에 한 번꼴인데 돌아다닌 시간을 빼면 계속 강연한 것”이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민 감독은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할 때쯤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미국인을 설득해냈고, 특히 보수진영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다시 볼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영화 개봉일을 내년 1월로 정한 이유는 돌아오는 1월6일이 김 전 대통령 출생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아직 영화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선거용 영화가 아닌지 제작 의도를 의심한다. 정치인의 영화가 정치에서 완전 자유롭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영화를 공동 제작한 이은 명필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여야 상관없이 존경하는 분이다.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정치인들이) 총선에 이득을 계산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를 하는 저희들이 그 부분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번 영화의 기획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 회장이 김대중평화센터에 김 전 대통령의 다큐 제작을 제안하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승낙을 받으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정 회장은 2019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등 흥행작을 내놓은 명필름에 손을 내밀었고, 이 대표는 당시 남북 탁구 단일팀 다큐 준비작업을 함께하던 민 감독,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와 김 전 대통령 다큐 제작에 합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 감독과 이 대표, 최 대표, 정 회장, 김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을 받아들이는 과정 등이 담긴 미공개 자료도 포함됐다. 영화는 12월18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개봉 예정일은 내년 1월3일이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위원회’도 발족했다. 위원장은 김 상임이사가 맡았다.
상영위원회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극장 개봉과 동시에 국내외 곳곳의 장소를 빌려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또 개봉을 앞두고 이날부터 한 달 동안 텀블벅 펀딩으로 후원을 받은 후 이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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