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등한 파트너십' 필요… '김대중-오부치 선언' 업그레이드해야"

이창규 기자 2023. 11.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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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친선협회중앙회 토론회 "中 '경제적 위압'에도 대응 협력"
한일친선협회중앙회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일협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3.11.1./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올해 양국관계 개선 흐름과 관련해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과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일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주최로 서울 중국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일협력' 토론회를 통해서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慶應)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올해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른바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제25주년임을 들어 "(2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일관계가 달라졌다"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방위비 등은 (한일 간) 역전이 일어날 정도로 대등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해선 진정으로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며 "(한일) 국교 수립 60주년을 맞는 2025년엔 업그레이드된 공동선언 발표가 모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것이다. 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선언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총 11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선언은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해 이후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한일 양국이 불신을 딛고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어떻게 계승·발전시켜 나갈지가 과제"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025년에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으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을 위해선 한일 양국이 위원회를 만들어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관계는 앞서 2018년 10~11월 일본 전범 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반발로 꽁꽁 얼어붙었다가 올 3월 우리 정부가 국내 여론 악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발표하면서 해빙기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단 점에서 한일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하시 료(佐橋亮) 일본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준교수는 "지금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두, 중동과 북한 정세 등에 모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하시 교수는 "중국과 건실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한일 양국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한일은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위압을 받고 있는 데 대한 의견을 같이 개진해야 한다. '2+1'(한국·일본+중국)의 관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 역시 한일 간 협력이 필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작년에 역대 최다 도발을 했다. 이에 한일 국민 모두 역사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도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해·영공으로 들어올 것인지에 대해 지난 수년간은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었지만 이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어느 시점엔가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한일이 어떤 입장을 갖고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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