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골 결정력은 옛 이야기? EPL 최고 피니셔 1위가 황희찬, 2위가 손흥민입니다

오광춘 기자 2023. 11. 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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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면 이 말부터 나왔습니다. '문전 처리 미숙' 아니면 '수비 불안'. 주야장천 쏟아진 비판이었죠. 곱씹어 보면 문제점치곤 너무 뻔한 분석 아니었나 싶습니다. 골 못 넣는 축구, 골 내주는 축구. 그러면 결국 이기진 못하는 승부가 될 수밖에 없죠.

세리머니도 멋졌죠. 황희찬의 뉴캐슬전 동점골은 그 과정이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문전 처리 미숙'의 한국 축구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문전 처리 미숙'이란 말은 '골 결정력 부족'이란 조금 다른 말로 순화됐습니다. 의미는 다르지 않죠. 찬스는 곧잘 잡아도 골을 못 넣으니, 고구마 몇 개 먹은 그런 답답함을 주는 축구라는 거죠.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골을 넣고 두 팔을 벌린 손흥민. 올 시즌 벌써 8골을 넣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골 결정력 부족'에 애가 탔습니다


그 해결책을 찾으라는 제언이 쏟아지곤 했습니다. 과거엔 여러 진단이 나왔습니다. 잔디 구장이 부족한 현실, 유소년 축구부터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육성의 문제, 성적 지상주의의 축구 체계가 가져온 부작용까지. 그 해결책도 차고 넘쳤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가 끝나자 '풋볼365'는 통계를 기반으로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피니셔 톱10'을 내놓았습니다. 1위는 황희찬, 2위는 손흥민입니다. (사진='풋볼365' 캡처)

이영표의 생각은..."골 결정력? 우리 수준이 낮은 것이다"


한국 축구의 '영구미제'로 남았던 골 결정력에 대한 해답 찾기에 골몰하던 사이 10년 전 이영표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JTBC와 인터뷰에서 골 결정력에 대한 그만의 시각을 전했는데 그게 참 명쾌했습니다.
" 한국 축구의 문제는 문전처리 미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수준이 낮은 것이다. 그러니까 골을 못 넣는 것이다. "
황희찬의 왼발슛, 뉴캐슬 수비는 이 장면에 농락당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우리 축구에 이런 날도...우리 선수가 'EPL 베스트 피니셔'에


골 결정력의 틀에서 우리 축구가 아직 자유롭다곤 할 수 없죠. 그런데 요즘은 그 멍에를 조금은 내려놓을 순 있게 됐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배출국이기도 하고, 요즘 해외 무대서 이어지는 골 소식도 흥겹게 전해져 오니까요.
슛을 하기 전 왼발로 접는 이 순간이 참 아름다웠죠. 뉴캐슬 수비는 깜빡 속았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황희찬이 1위, 손흥민이 2위...어려운 골 많이 넣었다


오늘 영국 매체 '풋볼365'가 내놓은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새 시즌 10라운드를 치른 중간결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피니셔' 톱10을 뽑았는데 1위가 황희찬, 2위가 손흥민입니다. '베스트 피니셔'를 우리 말로 풀면 '최고 골잡이' 정도로 바꿀 수 있을까요. 그게 행운이든 본능이든 골을 잘 꽂아 넣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골이 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도.
황희찬의 발랄한 변신입니다. 핼러윈 의상으로 괜찮나요? (사진=울버햄프턴 인스타그램)

'기대 득점'보다 훨씬 많은 골, 그 의미는?


축구 통계 수치인 '기대 득점'(Expected Goals·xG)으로 따져봤더니 황희찬은 기대한 것(xG 2.1)보다 3.9골을 더 넣어 6득점을 했고, 손흥민은 기대한 것(xG 4.3)보다 3.7골을 더 넣어 8득점을 해냈습니다.
황희찬의 이런 모습 처음이죠. 핼러윈 복장입니다. (사진=울버햄프턴 인스타그램)

득점 효율 그만큼 높다...둘 다 페널티킥 골은 '0'


xG는 슛을 하는 위치, 골대와 거리 및 각도 등 찬스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득점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인데, 두 선수 모두 골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도 골을 더 넣고 있는 셈입니다. 어려운 골을 생각보다 많이 넣고 있다는 거죠. 득점 효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 진짜 골 결정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다 페널티킥 골의 도움 없이도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에 랭크돼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8골을 넣은 손흥민은 홀란(11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의 재발견 놀라워...득점 전환율 37.5%


특히 골잡이로서 황희찬의 성장은 눈에 띄죠. 올 시즌 득점 전환율(Shot Conversion)도 신기합니다. 슛을 얼마나 골로 만들었는지를 따져보는 득점 전환율은 37.5%나 됩니다. 10경기에서 16번 슛을 했는데 골대 안으로 향한 게 6개였고 그게 모두 골이 됐습니다. 돌파형 선수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상대를 흔드는 역할로 제한됐던 황희찬은 득점이라는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 확장하고 있으니까요.

손흥민의 풀럼전 골은 그림같은 감아차기 슛이었습니다. 골키퍼는 손을 쓸 수가 없었죠.(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골 결정력에 애타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이런 소식이 참 흐뭇하게 다가옵니다. 이영표의 말대로, 정말 골 결정력은 축구 수준의 총합이라고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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