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윤에게 "유가 보조금 확대" "교통·통신비 인하" 요청
택시기사 카카오 횡포 비판…윤 "카카오 부도덕"
"은행 규제 많다" 호소에 "은행 갑질 방치 안돼"
윤 "실질소득 줄지 않게 방어…건전 재정 중요"
"제언들 국정운영에 큰 도움" 무릎담요 선물도
[서울=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타운홀 미팅 방식의 소통 자리를 마련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해결책 마련을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주부, 회사원, 청년, 소상공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 충북 등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유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 폐업 위기에 놓인 경영 상황, 주거비 불안 등을 호소했다. 기초생계급여 등 복지 체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날 행사는 각 처한 상황과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시민들이 이야기하고,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의 대안 제시로 진행됐다.
부산에서 상경했다는 개인 택시 기사는 유가 보조금 확대를 요청하는 한편 카카오택시의 횡포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택시기사는 "매월 1일이 되면 가스요금 인상이 걱정된다"며 "하루 3~4만원 벌이에 가스 요금이 리터당 1000원 정도가 올라 부담이 크다"며 유가보조금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민생 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는 지원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택시기사는 이어 "카카오 택시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콜 수수료를 과도하게 잡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도 부담이 된다"며 강력하게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이를 들은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 이론에 나오듯이 처음에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버리는 이런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한다"며 부처에 조치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출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각종 규제에 따른 수산물제조업자의 경영난 호소를 듣고, 은행들의 갑질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산물업자는 "그동안 시중금리보다 낮은 5.5% 금리 혜택을 받아 가게를 운영하다 신제품을 개발해 군에 납품 하려 하니 은행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업종으로 대출이 어렵다고 한다"며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규제가 너무 많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선진국 은행들은 고객에 서비스를 잘 하고 다양한 대출 상품도 안내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는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채권이 더 안정적이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선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년전세자금을 대출받은 후 상환 연장을 하려 해도 가산금리가 높아 부담이 크다는 청년 직장인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청년전세자금 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다른 금리가 올라간다 해서 올리는 건 제가 보기에 좀 안맞는 것 같다"며 "금융위가 금감원과 함께 (금융기관이) 정책자금에 대해 금리를 올리거나 하면, 어떤 식으로 자금이자를 받는지, 왜 (이자가)올라가는지 등에 대해 사후 관리를 좀 철저히해 부당하게 이윤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교통비, 통신비, 김장 등 생활비 등 물가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장거리를 통학하는 대학생은 "매일 2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최근 교통비가 인상돼 어려움이 크다"며 "교통비는 학생, 직장인들의 고정 지출인 만큼 정부가 교통비를 인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중교통을 21회 이상 사용하는 분들에 환급을 해주는, K-패스라고 하는 알뜰 교통카드가 반응이 좋다. 이걸 확대하려 한다"며 "청년과 서민들을 상대로, 또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통근, 통학하는 분들은 정기권 수요도 있어 지자체들과 협력해 관련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고 했다.
30대 직장인은 통신비와 관련해 알뜰폰 요금제에서도 5G 요금제를 다양화하고, 스마트폰 가격도 낮출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이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11월부터는 5G단말기에도 LTE 요금을 쓸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힐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또 미국에서도 많이 쓰는 전시품, 리퍼폰 등을 출시될 수 있도록 통신사들과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숙박업을 하는 70대는 산업 활성화 대책 마련과 실질적으로 부담이 되는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고등급의 에너지 효율 가전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에서 5명의 자녀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는 기초생계급여의 개선을, 청주 청년 소상공인은 전통시장내 청년들 안착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바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무리하며 "물가를 잡아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어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쓰면 물가가 올라가므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것이 정부의 재정 규모를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이라는 것은 선거 또는 정치보다는 일단 국민을 먼저 위해야 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이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에 "오늘 여러분들로부터 직접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추진해야겠다. 말씀 정말 고맙고 국정 운영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정부가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다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참석자들에게 무릎담요를 선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sound@newsis.com,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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