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印혁신위에 생사 걸린 국민의힘과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생사(生死)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달려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숙고 끝에 인요한 혁신위원장 카드를 빼들었다. 보궐 선거 패배를 분석할 때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 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연장전이자 마지막 승부나 다름없다. 이기는 쪽은 정치적 날개를 펴게 되고, 지는 쪽은 정치적으로 날개가 꺾이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패하게 되면 조기 레임덕이 발생하고, 총선에서 차지하는 의석 수에 따라 야당의 치명적인 공세에 대통령 자리의 존립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다. 보궐 선거 패배와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여론 평가를 종합해 보면 내년 총선 전망이 매우 위태롭다. 지표상으로 보면 위기 국면이라는 분석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응답률13.6%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58%로 나왔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2%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이 수치상으로 오차범위 내 국민의힘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2016년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국갤럽 조사 결과 기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이 40%를 웃돌았지만 선거 결과는 다수당의 자리마저 뺏기는 참패였다. 그 결과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꺾이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하는 정치적 참사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선택한 카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국민의힘에게 내년 총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더욱더 불확실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운명이 된다. 혁신위에 대한 평가가 성공적이라면 그 운명은 정반대가 된다.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분분하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기대와 우려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에 의해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출범 시켰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인요한 혁신위는 출범한 이후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까지 풀어주고 끌어안는 '대사면' 제안을 야심차게 빼들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으로부터 타박만 듣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한편 당의 혁신과 관련 중요한 내년 공천에서 영남 중진들이 수도권으로 와서 출마해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 스타 험지 출마론'을 내걸었지만 TK 및 PK 중진의원들로부터 거대한 저항에 봉착한 모습이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또 두드리고 두드려야 한다. 왜냐하면 여론도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지난 달 28일~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39명 무선가상번호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응답률6.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여당의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점으로 두어야 한다는 보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자의 32.3%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라고 답했다. "유승민, 이준석 등 비윤(비윤석열)계와의 통합"은 24.1%,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 등 인적 쇄신"은 19.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 47.1%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답은 나온 셈이다. 인요한 혁신위에 대통령과 여당의 생사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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