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카카오·은행 갑질 방치하면 안 돼"... 콜 수수료 금리부담 현장 호소에 즉답

취임 후 첫 타운홀미팅 주재... 2시간 가까이 경청
"부도덕 행태" "은행들 갑질" 강한 어조로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결제 수수료 등 카카오 택시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택시기사 A씨)

"이건 독과점의 어떤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리 정부가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즉각적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장거리 통학자 등 60여 명이 참여해 2시간여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 비상경제대책회의 자리에서다. 현장의 애로의 건의를 꼼꼼히 메모한 윤 대통령은 동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부산에서 온 개인택시 기사 A씨는 카카오 택시의 횡포를 토로했다. A씨는 "과도한 콜 수수료를 대폭 낮춰서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정도로 한 1% 정도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작년 공정위에서 콜 몰아주기 하는 것을 과징금을 매겼는데도 아직까지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그야말로 유인을 다 시켜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답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기사님들의 그런 우려가 없도록, 부담이 조금 덜어들 수 있도록 공정위원장과 저희가 정말 제대로 협의해서 한번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에서 온 수산물 제조업자는 은행 대출과 금리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고 적극 호응했다. 그러면서 '은행 독과점' 문제를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문제"라며 "은행에서 기획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다 올라가지, 일선에서 영업한 사람들을 간부로 최고위직에 잘 안 올려 보낸다"며 승진과 관련한 은행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렸다. 이어 "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고 이런 일이 없게 만들어야 된다"며 "강하게 우리가 밀어붙여야 된다.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7년 차 직장인이 소개한 청년들의 '전셋집 대출 부담', 사각지대에 놓여 에너지바우처를 활용하지 못하는 서민 사례 등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수첩에 하나하나 메모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분한테 직접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로 들으니까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더 우선순위에 놓고 일을 추진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가리키며 "어려운 사람한테 손을 내밀고 나라가 많은 돈을 못 주고 많은 힘이 안 되더라도 그야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