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사라지니 돈 아닌 사람이 보였다” 월급제 적용 택시기사들 증언

정지용 2023. 11. 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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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신호 위반에 졸음운전까지 했다. 월급제가 도입된 후 안전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손님이 돈이 아닌 사람으로 보이더라."

경기 지역에서 1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영길씨는 "택시 월급제를 시행하고 난 후 운송 수익이 30%가량 늘었다"며 "짧고 집중적으로 일하면서도 월급 외에 성과급을 벌기 위해 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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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완전월급제 시행 사업장 증언대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지난달 서울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서 '방영환 열사 사태해결 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방영환씨는 택시업계의 '편법 사납금제'와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분신 후 지난 6일 숨졌다. 뉴시스

"예전에는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신호 위반에 졸음운전까지 했다. 월급제가 도입된 후 안전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손님이 돈이 아닌 사람으로 보이더라."

17년 차 택시기사 고영기씨가 1일 국회에서 열린 ‘택시 완전월급제 시행 사업장 증언대회’에서 밝힌 '체험담'이다. 급여 지급 제도가 바뀐 덕에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하던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취지다. 다른 기사들도 월급제 시행 후 안전이 담보됐을 뿐 아니라 하루 수익까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는 완전월급제를 이행하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227일간 1인 시위를 벌인 택시기사 방영환씨의 분신 사망을 계기로 열렸다. 택시회사가 기사로부터 하루 수익 일정 금액(약 14만 원)을 떼어가던 사납금제는 2020년 1월 폐지됐다. 사납금제가 기사를 과로ㆍ야간ㆍ난폭 운전으로 내몬다는 비판에서다. 대신 도입된 완전월급제는 일반 회사처럼 택시회사가 기사에 월급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택시회사들은 월급제를 시행하는 대신 ‘변종 사납금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초과 수익금을 기사와 배분하겠다는 명목으로 ‘기준금’을 설정하고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사의 고정임금이나 상여금에서 삭감하는 방식이다. 방영환씨 역시 변종 사납금제 때문에 월 80여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감독에 나서야 하는 서울시나 고용노동부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며 단속에 소극적인 태도다.

택시회사가 월급제 이행을 꺼리는 배경은 "기사에 월급을 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오히려 월급제가 운송 수입도 늘린다"고 반박했다. 경기 지역에서 1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영길씨는 “택시 월급제를 시행하고 난 후 운송 수익이 30%가량 늘었다”며 “짧고 집중적으로 일하면서도 월급 외에 성과급을 벌기 위해 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택시 월급제는 기사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10년 차 택시기사 강순수씨는 “기존에는 하루 12시간씩 일했는데 지금은 7, 8시간을 일한다"며 "기사들 사이에서 과속ㆍ신호위반ㆍ과로가 없어졌고, 지난 1년간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2020년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법인택시의 교통사고 규모는 100대당 12.2건으로 개인택시 100대당 3.8건에 비해 3.2배나 높았다"며 "택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극도의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을 없애고 줄이기 위해 월급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동계는 서울남부고용노동청을 찾아 방영환씨가 몸담았던 해성운수와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 택시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씨가 분신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동훈그룹 20개 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과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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