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소통, 기자회견부터 시작해야

노동일 2023. 11. 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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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특권이자 의무
민심을 파악할 소통의 장
외교와 내치의 연결고리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특권이자 의무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공복(public servant)이다.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정운영 상황을 보고하는 것은 의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도 국민에게 국정을 보고하는 의미를 가진다. 예산안 제출에 즈음하여 일년을 돌아보고 다음 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이다. 연설 장소는 국회이지만 대상은 의원들만이 아닌 국민 전체라 할 수 있다. 유사한 것으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가 있다. 글자 그대로 국가(Union)의 상태(State), 즉 국정 상황을 보고(report)한다는 뜻이다. 항상 연설 말미에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교서를 발표하며 '(미국) 국가의 상태는 강건하다(strong)'라는 문구로 마무리하는 이유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 의회 연설 대신 수시로 국정 상황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미디어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며 대통령 기자회견은 그것의 가장 뚜렷한 증거이다." 50년간 백악관을 출입하며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로 불린 고 헬렌 토머스 기자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올 초에도 신년사 낭독으로 갈음하고, 취임 1주년 회견도 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중단한 도어스테핑도 재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거칠긴 했지만 출근길 약식회견 행사도 없어지면서 국민이 윤 대통령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비단 국민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며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민심을 알 수 있는 소통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참모회의나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만 들려줄 뿐 소통의 장이 아니다. 토머스 기자는 "우리의 질문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이 알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민들의 생각을 대통령이 알게 한다"고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심을 몰랐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얘기가 '관계자'의 전언으로 알려질 뿐 대통령의 속내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20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부정 평가요인 중 가장 큰 것은 '경제·민생·물가'(17%)였다. '독단적·일방적'(10%), '소통 미흡'(9%)이 그다음이다. 경제의 어려움은 외생 변수 등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치자. 나머지 두 가지는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회피하는 이유는 '적대적 언론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전언이라 아쉽지만 사실이라면 이는 '윤석열답지' 않다. 언론이 아무리 적대적인들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정권 전체가 공격하던 상황보다 더할까. 온갖 핍박에도 불구하고 할 말과 할 일을 다 하던 '검사 윤석열'에 열광하고 '대통령 윤석열'로 만든 게 국민이다. 토머스 기자가 타계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헬렌은 나를 포함해 대통령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한 사람"이라는 성명을 냈다. 언론의 역할이 그런 것임을 상기한다면 "권력자에겐 거친 질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토머스 기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미국 존 F 케네디 재단이 수여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공조 강화 등 외교 성과는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이 바탕이 된 것이다. 외교에서의 성과를 내치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바로 기자회견이다. 이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을 대통령실 스스로 아쉬워해야 한다. 시정연설 등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모습은 '변화'라는 게 많은 언론의 평가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때 더 큰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회견부터 시작해야 한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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