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승 청부사 영입에 살림꾼 박준혁 단장까지 선임… 재정비 완료, 기대만발 오프시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수뇌부 개편에 들어갔다. 팀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위권에 처진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 변화는 2019년 가을부터 시작됐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성민규 단장을 선임한 것에 이어, 허문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기대가 컸다. 단장은 세련되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 및 육성이 큰 기대를 모았다. 그간 롯데 팬들로부터도 ‘고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은 프런트 조직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허문회 감독도 부산 출신에 현역 시절 잠시 롯데에서 뛴 경력이 있을 뿐, 현역과 지도자 생활 거의 대부분을 롯데 바깥에서 보냈다. 외부로부터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은 분명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구단은 단연 롯데였다. 팬들도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 바람은 얼마 가지 못했다. 팀 성적은 널뛰기를 반복하다 결국은 익숙한 중‧하위권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여기에 프런트와 허문회 감독의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누가 잘못했든 조직 리더십에 큰 생채기가 났다. 첫 조합은 실패였다.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한 이후 래리 서튼 2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다시 기대를 모은 롯데였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잘 아는 성민규 단장, 그리고 외국인 감독의 조합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샘솟기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적이 나지 않았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재임 기간인 4년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나름대로 긴 안목으로 선수 육성에 나섰다는 점은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결국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상위 라운드 지명을 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끝내 서튼 감독이 2023년 시즌 막판 자진 사임하면서 성민규 단장 체제의 4년도 끝을 맺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프리에이전트(FA) 투자를 감행한 롯데로서는 7위라는 성적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제는 성적이다. 그 성적을 위해 가장 확실한 카드를, 말 그대로 모셔왔다. 김태형 감독 선임으로 이어졌다. 코치 시절부터 준비된 지도자, 타고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감독은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뒤 팀의 왕조를 일궜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다만 2022년 저조한 팀 성적으로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고, 1년간 해설위원으로 야구장 곳곳을 누비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성적에 있어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팀 장악력도 뛰어난 편이다. 또한 김 감독은 롯데와 지금껏 별다른 관련이 없는 인사였다. 연고도 없다. 허문회 감독보다도 더 외부 인사다. 조금 더 냉정한 시선으로 팀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부수 효과도 있다. 성적과 팀의 응집력에서 항상 뭔가 아쉬운 느낌을 줬던 롯데이기에 카리스마가 있는 김 감독의 부임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롯데는 1일 새 단장 선임도 발표했다. 오랜 기간 조직에서 일하다 최근 잠시 다른 사회로 나갔던 박준혁(43)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성민규 단장 체제에 균열이 난 뒤 내부와 외부에서 자천 타천으로 유력 인사로 물망에 올랐던 박 단장이다. 박 단장이 근래 들어 조직 내부와 다시 접점을 만들고 여러 구상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뚜렷했고, 이는 컴백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결국 롯데는 1일 박 단장을 공식 선임했다.
자이언츠 내부 사정을 워낙 잘 아는 인사다. 2007년 롯데 그룹 입사 후 롯데라는 회사에서의 경력을 자이언츠를 위해 바쳤다. 신입 사원으로 시작해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쳤다. 현지인 수준의 영어와 일본어 능력을 앞세워 국제담당을 했고, 이후 마케팅 담당, 운영팀장, 홍보팀장, 인사팀장 등을 두루 거쳤다. 현재 롯데 조직 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해본 인사는 몇 없다. 단기간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더 그렇다.
40대 초반의 참신한 인사이기도 하다. 국제 감각을 갖추고 있고, 구단 내부 인사들과 두루 잘 어울린다. 외부 인사와 관계도 원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묵한 편은 아니지만, 의사 결정은 신중하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과감한 모습도 보여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종합하면 강단이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잠시 팀을 떠나 있기는 했지만, 자주 경기장에 들려 관중석에서 롯데의 경기를 지켜보는 등 팀에 대한 애착도 확실하다. 잘 나가던 자기 사업을 포기하고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보직으로 돌아올 것이냐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박 단장은 실리보다는 롯데를 택했다.
돌아온 박 단장은 “신입사원부터 지금까지 자이언츠와 함께하였고, 다시금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우리 구단만의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선수를 선발해 1군에서 활약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프런트가 더 공부하고 발전하여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 또한 “박준혁 단장이 롯데자이언츠 출신으로 육성 기반의 선수단과 경쟁력 있는 프런트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롯데자이언츠를 지속적인 강팀으로 만들기 위한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선수단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해외 구단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사이와는 달리, 현장과 소통도 비교적 원활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운영팀장을 하며 현장이 돌아가는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여기에 김태형 신임 감독과도 낯설지 않다. 야구계에서는 “전임 성민규 단장과 달리, 박 단장이 자기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내기보다는 김 감독을 비롯한 현장을 지원하는 쪽에 우선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롯데 수뇌부의 역학 구도, 박 단장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런 그림이 유력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굳이 분류하면 전략통이지만 살림 부서에서도 오래 지내봤기에 구단 운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40대 초반인 박 단장의 부임으로 롯데라는 프런트 조직이 전체적으로 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래 몇 년 동안 롯데 그룹 차원에서 자이언츠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그룹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첫 시험대는 외국인 선수 선발과 전준우 안치홍이라는 내부 FA 협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상동에서 팀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에 대해서는 교체를 시사한 상황이다. 박 단장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전준우 안치홍은 여전히 팀 내에서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다만 30대 중‧후반의 나이라는 점에서 적정 금액을 찾아가는 과정은 일부 진통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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