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마추픽추 닮은 충북 여행지는 어디? (feat.‘충북 엄마’ 만드는 팁)
“페루의 마추픽추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완전히 매료됐어요.”
충북 영동을 여행한 한 여행·사진작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언급한 이 ‘천년고찰’을 다녀온 기억이 있어서였습니다.
가까이에 있어 익숙하다고 느끼면 우리는 종종 ‘다 안다’고 여기거나 ‘특별할 게 없다’고 치부해버리기 때문일까요.
물론 개인의 감수성이나 경험치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방인의 눈’이 더 정확하다는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바다 건너 사는 그를 ‘충북 여행자’로 초대한 이유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의 프레임에 포착된 충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6개월 동안 충북의 11개 시군을 돌며 여행한 차기열 작가에게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Q. 충북의 11개 시군을 여행하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리포터 역할을 맡으셨죠. 작가님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친근하게 느끼실 것 같은데요. ‘충북 여행자’ 이전에 원래는 ‘중남미 전문가’로 유명하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좀 해주세요.
제가 미국에서 해외 생활을 시작해서 사진, 여행이라는 키워드 두 개를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는데요.
가장 오랜 시간을 중남미 쪽 나라를 여행했었고 또 살았었고... 그리고 한국으로 거처를 옮겨서도 해왔던 모든 일이 중남미랑 관련된 일들이었어요.
남미는 2003년도에 들어갔고요. 제가 여행, 일 포함해서 70~80개국 정도를 여행했는데, 그곳의 풍경,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 기존에 여행했던 지역들에서 느꼈던 것들 이상의 것 혹은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6년, 7년 있게 됐죠.
Q. 충북에 대해서는 원래 좀 알고 계셨나요?
제 기억에 충청도라고 하면 저희 시골이 경상북도 청도인데, 대전역 잠깐 내려서 아버지가 사다주는 우동 먹고 그랬던 동네 정도 말고는 사실 여행을 해본 건 처음이에요.
Q. 충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내륙도인데요. 그래서 먹을 것,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특히 드넓은 중남미를 누비던 작가님에게는 좀 심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느끼셨나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멋진 산이 많았나?’가 첫 번째. 제가 산을 타는 것도 좋아하고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멋진 산세들이 있다는 거에 적지 않게 놀랐고요.
바다가 없는 내륙도라고 하는데 바다를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드넓게 펼쳐진 바다보다는 고요하게 머금고 있는 그런 호수들이 주는 좋은 풍광을 충북이 갖고 있더라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 있으세요?
충북 영동의 반야사라는 사찰이 기억에 남아요. 사찰 같은 곳은 좀 이른 아침 풍경들이 저한테는 되게 좋은 오브제로 다가오더라고요.
반야사 사찰로 들어가면 절 뒤쪽에 산이 나무는 없고 돌들이 쌓여 있는데 그게 호랑이가 멋지게 꼬리를 들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호랑이 절 이렇게도 부르고요.
그런데 정말 멋진 풍광은 위쪽으로 올라가면 또 암자가 하나 있어요. 그곳에서 바라본 협곡, 산과 산 사이 사이를 가로지르며 굽이치는 물줄기들이 페루의 마추픽추라는 유적지가 있거든요. 거기랑 느낌이 너무 흡사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그쪽에 트레킹 코스들이 조금씩 열리면서 개방이 되었대요. 저도 직접 걸어보지는 못 했어요. 시간이 없어서.
Q. ‘충북 영동에 그런 곳이 있었나’ 싶은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충북이 남부와 북부 끝은 거리가 꽤 멀어서 도민도 11개 시·군을 모두 다녀본 분은 드문데, 매번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러 오셨다고요?
네,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맛집들도 정말 많이 갔는데, 대접하고 팔기 위해서 준비하는 아침의 시간들 있잖아요. 그걸 또 방송으로 담으려면 당연히 아침부터 시작해야 되는데 청주로 가는 아침 비행기가 한 편이 있는데 제가 한 번 타보고 불안해서 못 타겠는 거예요. 이게 운항이 캔슬되거나 지연되면 스케줄이 완전히 어그러지게 되니까...
그래서 항상 전날 와서 숙소를 저렴한 곳에 잡고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동네에 대한 느낌 같은 것들을 보기도 하고 연습도 하고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Q. 시간과 비용 열정을 많이 쏟으셨네요. 이 정도면 ‘충북 여행 반 전문가’에 가깝다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충북 여행 팁을 주신다면요?
제가 감히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여행을 오래한 사람 입장으로서는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풍광을 보려고 하고 좋은 데를 가서 사진을 남기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식당이나 어딜 가더라도 만나는 사람들 있죠. 그러면 먼저 말을 걸어봤으면 좋겠어요.
해외를 다니더라도 결국엔 거기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보다 저는 이방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최대한 불쾌한 행동이라든가 불만 이런 걸 먼저 표현하기 보다 일단 한 발 먼저 다가서고 웃고, 물어보고 했을 때 그렇게 불편하다 생각하거나 내치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마디 두 마디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터 없이 속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고, 다음에 여핼할 때 어디가 좋다 이런 알고 있는 지식들도 선물해 주시고.
물론 너무 바쁠 때는 말 시키면 안 되겠죠. 그런데 제가 먼저 좀 살갑게 해드리니까 실제로 엄마라고 부르면서 지내는 분도 생겼어요.
‘충북 엄마’ 가끔 전화도 오고, 추석 때 전화도 드리는 분이 몇 분 생겼죠.
차기열 작가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여행작가로 산다는 것’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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