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강군 이스라엘 ‘하레디’와 금메달 병역 면제

김능현 논설위원 2023. 11. 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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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 복무자 다양한 혜택 제공
그럼에도 군 기피 현상 사라지지 않아
한국은 처우 개선은커녕 면제만 남발
병역 부족 발등의불, 공정성 확보해야
[서울경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강군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는 1000만 명에 못 미치며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병력은 정규군 17만 명, 예비군 46만 명 등 63만여 명에 달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가자지구 인근에 집결한 예비군 병력만 36만 명에 이른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전 세계에 있던 예비군들이 속속 본국으로 집결한 결과다.

이스라엘의 군대가 강한 이유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절박함, 선택 받은 민족이라는 유대교인 특유의 자부심 등 정신적인 측면 외에 군인에 대한 좋은 처우를 꼽을 수 있다. 징병제를 채택한 이스라엘에서는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하며 신병 교육 기간만 17주에 달한다. 이스라엘 병사의 월급은 턱없이 낮다. 전투 병사의 월급은 50만 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병장 월급 100만 원(2023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역 후에는 달라진다. 군 전역자에게 공무원 가산점을 부여해주고 대학 학비까지 전액 지원해주며 주택 구입 자금도 대출해준다. 45세까지 받는 예비군 훈련 참가 시 대중교통비는 물론 평균 임금 대비 1.5배의 훈련비까지 제공한다. 초급 간부에 대한 처우도 남다르다. 군 복무 기간 전문성을 개발해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전역 후 취업할 수 있도록 첨단 통신기술,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군은 창업의 요람’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군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복무와 훈련은 빡세게, 보상은 확실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스라엘에서도 군 복무 기피 현상은 존재한다. 아이를 가지면 군 복무가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20대 초반에 아이를 가지는 여성이 속출하는가 하면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에 대해서는 군 복무를 면제해주는 규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2019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는 하레디의 군 병역 면제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정당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연립정부 구성에 차질이 빚어져 권력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처럼 전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우리 군대는 전투기·전차·자주포·이지스함 등 첨단 무기 도입에는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지만 정작 군인 개개인에 대한 투자는 박하다. 표를 얻기 위해 ‘병사 월급 200만 원’ 같은 포퓰리즘적 공약만 난무할 뿐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친 군 전역자에 대한 사후 관리와 처우 개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장교·부사관 보수가 박하다는 논란이 일자 보수를 올렸지만 일반 공무원 월급과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그나마 기본급이 아닌 단기 복무 장려금 등 수당 인상에 그쳤다.

정치권은 군 복무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는커녕 군 기피 현상만 부추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낼 때 갑자기 ‘BTS 병역 특례’를 들고 나와 2030세대의 분노를 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BTS 병역 특례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계를 더 거꾸로 돌려 보면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쓴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준 것도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았다. 병역법에는 월드컵 관련 특례 조항이 없었지만 특별 조치로 병역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스포츠 선수의 병역 특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를 받으려는 일부 선수들의 눈물겨운 투혼(?)은 감동을 주기는커녕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니 연예계에서조차 군 면제를 요구하며 성명까지 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스라엘처럼 군 복무자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는 나라에서조차 군 복무 기피 현상은 존재한다. 하물며 군 복무자에 대한 대우는커녕 걸핏하면 군 면제 카드를 남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조만간 저출산과 군대 복무 기피 현상이 맞물려 병사뿐 아니라 군대의 허리 격인 초급장교·부사관까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태를 맞을 판이다. 병역 자원 유지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령비현령식 병역 특례 제도의 폐지로 군 복무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김능현 논설위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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