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지하터널 첫 타격… 민간인 사상자 늘어 비난 화살

서필웅 2023. 11. 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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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 폭격 수백명 사상
가자 자발리아서 근거지 장악
최대 난민촌 공습으로 피해 커
튀르키예, ICC 제소 방안 검토
볼리비아 ‘단교’ 공식서신 보내
美·이, 전쟁 후 가자 통치 논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지하터널을 처음 타격하는 등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을 공습해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며 국내외의 비난에 직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위치한 하마스 군사조직 자발리아 대대의 근거지를 보병과 탱크부대가 장악하고 테러범 5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총 길이가 5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의 지하터널 안쪽을 개전 이후 처음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한가운데 폭격으로 인한 거대한 구덩이가 뚫려 있다. 살아남은 주민들이 잔해 주변에서 시신과 부상자를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무장정파 하마스는 최소 1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자발리아=로이터연합뉴스
계속되는 공습 속 가자지구 내 최대난민촌이 폭격당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자발리아 지역 난민촌의 한 주택가로 공중에서 폭발물 수천㎏이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 지역 병원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폭발로 50명 이상이 죽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내무부는 “난민촌 사망자가 100명으로 늘었다. 자발리아에서만 400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자발리아 난민촌은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으로 지난 7월 기준으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등록된 난민만 11만6000여명에 달하며 실제 난민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0만명 이상 인구가 약 1.4㎢의 공간에 몰려 있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부상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1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나누는 라파 국경이 개방돼 부상자들이 다수 사망하는 최악 상황에 대한 우려는 조금이나마 덜었다. 이집트는 중상자 81명을 이송받아 치료하기로 했다.
난민촌 폭격으로 이스라엘은 국내외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습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각국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강하게 규탄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데일리사바흐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ICC 설립을 위한 ‘로마 규정’ 참여국이 아니어서 ICC 법원에 직접 제소할 수는 없지만 정부 기관 및 비정부기구를 통해 ICC 소추관(검사)에게 이를 통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 남미 등 비아랍권 지역의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특히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날 영국 BBC 인터뷰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발언한 뒤 난민촌 폭격이 이루어져 더 큰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하늘 위에서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공습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인 크레이그 모키버가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사직서를 보내며 “가자지구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은 집단학살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한 일도 이날 전해졌다. 볼리비아 대통령실은 이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민을 상대로 인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외교 관계를 끊겠다는 공식 서신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번 폭격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NBC방송은 “이스라엘 내에서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보다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우선시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하마스를 자극하는 이번 난민촌 공격이 자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설립 방안, 유엔이 임시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이 거론됐으나 논의가 초기 단계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 방안들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회의적인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필웅·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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